< 답변 >

　생각이 많건 적건 질문자와는 전혀 상관없소. 물결이 있건 없건 바다는 늘 그대

로라 소리요. 종일 하루 보면서도 보지 않는 사람이 있고, 종일 하루 들으면서도

듣지 않는 사람이 있소. 본래 마음자리를 떠나지 않은 사람이 그렇소. 본래 마음

자리를 떠난 사람은 늘 생각만을 좇고, 알음알이를 좇소. 그럼 영락없이 바다의

파도처럼 한 시도 쉬지 않고 같이 출렁거리느라 정신 못 차리는 거요, 지금 질문

자처럼.

　견문(見聞)에 즉(卽)해서 견문이 아니라는 사실, 진정한 수행자라면 이 점을 놓

치는 일이 없어야 하오. 그런 사람은 보고, 듣고 하는 모든 체험들을 다른 사람들

과 똑같이 다 하지만, 그 체험을 붙잡아 이렇다, 저렇다 분별을 일으키는 일이 없

소. 모든 사단은 터무니없이 ‘나’라는 중심이 생겨, 그놈이 좋다 싫다, 옳다 그르다

하면서 계속 그 체험과 다투면서 생기는 거요. · · · · · · 요는 그냥 볼 뿐이요, 그

냥 들을 뿐이오. 본래 있지도 않은 거지만, 그 ‘나’라는 중심이 사라지면, 모든 일은

그저 그냥 인연 따라 일어났을 뿐인 거요.

　본래마음은 안 움직이고(眞心不動)이고 생각은 늘 비었소.(妄心無生) 그런데 그

시시각각 움직이고 변하는 빈 생각을 실제인 줄 알고, 온통 한데 휘말려 울그락불

그락 정신을 못 차리니 늘 갈등과 번뇌가 잠도 못 잘 정도로 쉬질 않는 거요. 보이

고 들리는 모든 체험을 실제로 여기는 한 깨달을 분수는 없소. 그건 전부 그림자나

메아리 같은 거요. 실제도 아닌 것을 실제로 보고 그냥 속절없이 그 속에서 울고불

고 그러고 있으니, 눈을 뜨고 꿈을 꾸고 있다는 얘기가 전혀 과장이 아닌 거요. 그

러니 선지식들이 하시는 말씀이 한결 같을 수밖에 없소. “어서 꿈을 깨라.” · · · ·

· · 너무나 간절한 말씀인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