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운영자 | 조회 : 697 |
| 2017년 12월 31일 (일) 정기법회 |
< 질문 > 복잡한 문제 때문에 생각을 쉬려해도 그게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 답변 > 생각, 의식, 그것이 인간의 역사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은 원흉이오. ‘나’를 생사의 수렁에 빠뜨린 원흉이라고. 생각 있으면 온갖 법이 같이 따라 일어나고, 생각 없으면 본래 아무 일 없소. 이 말은 생각하면 틀린다 소리가 아니오. 그 숱한 생각 중에 기억의 형태로 붙잡아 그것을 이 ‘나’란 놈의 경험으로 쌓아 챙기면서 온갖 사단이 벌어진다는 소리요. 여러분이 2살, 3살 때에도 그렇게 문제가 있었 소? 그렇지 않지요? 걔들도 엄마 품에 있고 싶다, 쉬해서 척척하다 등등 나름대로 온갖 생각을 할 테지만 그것을 ‘나’의 기억으로 축적하지 않고 그때그때 바로바로 흘려보내기 때문에 아무 기억도 없고 그래서 문젯거리가 없는 거요. 그렇다고 거 기엔 흘려보내야겠다는 생각도 없소. 그래서 어느 선사가 그랬다는 거 아니오. 두 세 살 먹은 그 나이 때는 나도 도인의 풍모가 있었다고. 결국 모든 문제들은 제가 생각으로 스스로 빚어낸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문제의 원인을 전부 바깥에서 찾느라 들쑤시고 다니 니, 그렇다면 그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은, 잠시 잠깐 해결된 것처럼 보일는지는 몰라도, 절대로 불가능한 거요. 그래서 바깥으로만 내닫는 그 마음을 돌이켜 문득 회심(廻心)하여 무념에 들라 소리를 하는 거요. 일어나는 생각 생각이 전부 빈 것인 줄 알면 종일 하루 생각하면서도 그 생각으 로 말미암아 자취가 남는 법은 없소. 그렇다고 이 소리를 듣고 ‘앞으로는 생각 생 각에 생각이 없어야 되겠다’고 이를 악 문다면, 생각이 없어야겠다는 그 생각이 그 다음부터 일어나는 생각을 통제하고 감시하게 돼 있소. 그런 식으로 지금 여러분은 내 말을 생각으로 추리, 추론해서 취하고 버리고 하면서 듣고 있는 거요. 생각을 쉬라는 그 말조차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면 이래저래 해야지’ 하며 계속 생각 을 쉬지 못 한다 소리요. 그저 문득 쉬시오. 헤아리고 더듬고 하는 모든 정식(情識) 의 작동이 지금 여기에서 당장 끝나고 쉬어야 제대로 법문을 듣는 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