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감사하면 바보고, 감사 안 하면 멍청이요. 목전(目前)엔 한 법도 없소. 이 법좌

아니라 무엇이 됐건 간에 티끌 하나 목전에는 한 법도 없는 게 진실이요. 목전에

무엇이 있어서 그로 말미암아 내가 혜택을 입으면 감사하다 그러고, 목전에 뭔가

있어서 그로 말미암아 피해를 보면 으르렁 거리고 그러는 거요. 법과 법이 서로

알아보는 일이 있을 수 없고, 법과 법이 서로 이르르는 법이 없다고 아무리 얘기

해도 그건 말로만 그런 거고 하는 짓은 여전히 내가 보고 내가 듣고 내가 생각하

고, 다들 그러고 있지 않소? 그렇다면 그 사람은 영영 깨달을 분수는 없는 거요.

　만법이 자체로 성품이 없기 때문에 작용이 없는 거요. 그렇기 때문에 법과 법

이 서로 상관할 수가 없는 거요. 서로 마주보는 모습도 서로 이르르는 모습도 없

는 거요. 그럼에도 미혹한 중생이 보고 듣고 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줄로 알

기 때문에 그 어간에서 계속 다툼과 갈등이 끊이질 않는 거요.

　너무도 당연하게 눈은 빛깔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듣는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눈과 빛깔, 귀와 소리는 서로 이르르는 법이 없소.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본다,

듣는다 따위의 말들은 전부 허구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보는 일도 듣는 일도

오직 빈 말뿐이니 지금 면전에 펼쳐져있는 숱한 빛깔과 온갖 소리들이 몽땅 허구

요 환상이라 소리요. 무안이비설신의(無眼耳鼻舌身意)요, 무색성향미촉법(無色

聲香味觸法)이라 했으면 할 말 다 한 거요.

　　　해탈의 도를 알고자 하면

　　　모든 법이 서로 도달하지 못함을 알라.

　　　눈과 귀가 보고 들음이 끊겼거늘

　　　소리와 빛은 끝없이 시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