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의식과 마음을 혼동하지 마시오. 좋다 싫다, 편하다 편치 않다 등등 뭔가를 헤아

리는 것은 마음이 아니고 의식이오. 의식은 경계를 따라 나는(生) 거요. 경계를 보

고 좋고 싫고, 편하고 편치 않고 등등의 느낌이 일어나는 것이니, 의식은 경계가 있

으면 따라서 있고 경계가 없으면 따라서 없는 거요. 그런데 그런 의식을 내 마음이

라 한다면, 눈앞의 경계가 사라지면 마음도 따라서 사라져 버린다는 얘기니 그건

말이 되질 않는 소리 아니오? 결국 여러분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하면 그건

100프로 마음이 아니고 의식이오. 경계 따라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의식 말이오.

　마음에 대해 뭐라고 말해도 그것이 아니지만, - 왜 그렇겠소? 이미 머릿속에 마

음에 대해 어떠어떠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그건 이미 마음이 한 바퀴, 두 바퀴

굴러 나툰 의식이기 때문이오. 그럼에도 중생들에게 일러주지 않을 수 없어서 달마

(達磨)는 말하기를, 모든 걸 환히 비추어 알아내는 ‘앎의 성품’이라 했소. 경계를

대해 좋다고 알고 혹은 싫다고 아는 그 앎의 성품을 마음이라 한 거요. 그러니 그

본래 마음은 우리가 좋다고 할 때에도 좋음과 상관없고, 싫다고 할 때에도 싫음과

상관없는 거요. 그 무엇도 아니기 때문에 제가 뭐라고 짓건 짓는 대로 전부 응해줄

수 있는 거요.

　여러분 말할 때 어떻게 말하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시오. ‘내 마음이 산란하다’,

‘내 마음이 불쾌하다’, ‘내 마음이 부글부글 끓는다’, 으레 그렇게 말하지 않소? 하

지만 여러분 마음은 여러분이 산란해도, 불쾌해도, 부글부글 끓어도 그런 것들과

전혀 상관없소. 그런 건 의식이오. 여러분 본래 마음은 늘 여여한 그대로인 채로,

여러분이 짓고 싶은 대로 응해줄 뿐이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티끌 하나

움직인 조짐조차 없는 그 여여한 여러분의 본래 마음을 빨리 되찾아 가지라 이 소

리요. 시시각각으로 좋았다 싫었다를 반복하며 한 시도 쉴 틈 없이 변하는 그것은

저 하늘에 잠시 잠깐 머물렀다 사라지는 구름과도 같은 거요. 그 구름 너머의 늘

파란 하늘, 그것이 여러분의 본래 마음이니, 그렇다면 도무지 무슨 걱정이 있을 수

있겠소? ‘마음’ 푹 놓고 쉬시오. 여러분 본래 마음은 누구도, 그 무엇도 어쩔 수 없

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