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지금 이만큼 와서도 아직도 면전의 그 무엇 때문에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

리고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전혀 공부하고 있는 게 아니오. 시종일관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수도 없이 밝혀 보여줘도 계속 생멸상, 거래상이

실제로 면전에서 펼쳐지고 있는 줄 보며 정신 못 차린다면 그 사람은 수행자가

아니오. 전혀 참구를 안 하고 있는 거요. 그저 주말에 한 번씩 습관처럼 왔다갔

다 법회에 참석하는 것쯤으로 어떻게 깨달음을 입에 담는다는 말이오. 오죽하면

신명(身命)을 바쳐야 한다는 말도 있소.

　여러분 뜻에 마땅하건 마땅치 않건 전부 제 정신이 아니오. 왜 그렇겠소? 면

전에 아무것도 없는 게 진실인데 면전의 그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계속 이러

쿵저러쿵 싫으니 좋으니 하고 있다면 그게 정신 나간 거 아니고 뭐겠소? 불생불

멸, 불래불거, 불상불단, 불일불이, 뭐 모르는 소리 없이 매일 같이 외우고 다니

면서도 지금 자기가 어쩌고 있는가 한번 돌아보시오. 그렇게 지견, 알음알이만

늘인다고 그게 무슨 공덕이 있소? 그렇게 많이 알았다고 해서 여러분 운신하는

데 도움이 됩디까? 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시오. · · · · · · 말은 그 자체로 빈 거

요. 그 말 속에 바른 뜻을 담았건, 삿된 뜻을 담았건 전혀 상관없소. 말을 가지고

말을 보내기 위해 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말이나 문자는 전부 빈 거요.

　번뇌, 망상이 어디서 일어나는 거요? 마음이 경계를 분별함으로 해서 일어나는

것 아니오? 그런데 마음이 경계를 분별하는 게 아니요, 경계 또한 존재하는 것이

아니오. 마음도 경계도 전부 빈 거라 소리요. 그러니 마음이 경계를 대해서 이러

쿵저러쿵 짓는 거 자체가 망상인 거요. 꿈속에서 온통 뒤죽박죽 어지럽게 부대끼

다가 잠에서 깨면 아무 일도 없지 않소? 지금 여러분 면전에서 펼쳐지는 일들이

꿈속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거요. 그저 이 세상사가 몽땅 꿈인 줄 깨달아

서 문득 꿈에서 깨면 그때 비로소 모든 세상사가 쉬는 거요. 어서 깨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