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신비스러운 건 뭐고, 경이로운 건 뭐요? 그런 식으로 뭔가를 보고 주절주절

짓지 않으면 본래 아무 일도 없소. 생명이 됐건 뭐가 됐건 전부 실체가 없소.

이름이 있고 모습이 있고 생각으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은 전부 환상이오. 그 환

상에서 벗어나라는 거요 지금. 심지어 그 환상으로부터 벗어나야 되겠다는 생

각도 망상이오.

　그 내용이야 뭐가 됐건 지금 그렇게 묻고 대답하고 있는 그놈이 누군지 진지

하게 참구해 보라 소리요. 전부 ‘나’라고 알고 있는 그놈은 환화공신(幻化空身)

이오. 그놈은 지각(知覺)도 없고 힘도 없소. 앉았다 섰다, 왔다 갔다 하는 게

전부 밥과 반찬의 인연으로 그리 하는 거지 독립된 실체인 ‘나’가 있어서 그리

하는 게 아니라 소리요. 삶의 주체, 사고의 주체, 행위의 주체, 그런 주체를 세

운 게 이미 무명이오. 이 사실을 철저히 바닥까지 사무치지 못한다면 절대로

깨달을 분수는 없소.

　여기서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뭔가를 이해하든가 수긍하든가, 혹은 “아, 그렇

구나!” 하고 깨닫든가 한다면 그건 전부 둘째 자리요. 의식이 전혀 개재(介在)

하지 않은 그 본래 마음자리에는 알고 모르고 할 것이 본래 없소. 참된 하나뿐

이오. 깨달은 자도 깨달은 바도 없이 항상 저절로 환히 밝게 알기 때문에 그것

을 일러 정각(正覺)이라 한다 했소. 그런데 여러분은 어떻소? 그런 얘기 입으론

술술 하면서도 정각을 얻기 위해 지금도 계속 헐떡이며 목말라 하지 않소? 그

자리는 공부하는 사람에 의해 증득되는 자리가 아니오. 그저 지금 당장 무념에

들어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고요히 비출 수만 있으면 그것이 가장 잘 지어가

는 것임을 명심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