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전부 잠꼬대요. 지금 말하고 있는 게 누구요? · · · · · · 그저 알음알이만 줏어 먹느라

고 정신이 없소. 그와 같은 사실을 언제부터 알았소? · · · · · · 그건 전부 배운 거요. 배

워서 알고, 줏어들어서 알고, 궁리해서 알고, 그런 것들은 전부 쓰레기요. 성품을 밝히라

했지, 누가 머릿속에 그런 알음알이 꾸역꾸역 처넣으라 했소?

　범부는 그렇게 아는 게 많소. 아는 게 있으면 범부요. 무엇을 알았는가 따위는 물을 필

요도 없소. 알고 모르는 것 하고는 전혀 상관없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성품 밝힐 생각

은 안 하고 계속 알음알이를 쌓고 그 속에서 둥개고 있소. 부처님 법은 본래 말이 없소.

본래 말도 없고 생멸도 없지만 미혹한 중생을 위해 어쩔 수 없어서 방편으로 말이 있는

거요. 그러니 그 방편의 말 속에는 절대로 진리가 담겨있질 않소. 담을 수가 없는 거요.

　‘나’는 없소. 어디를 찾아봐도 도무지 ‘나’라고 할 만한 ‘나’가 없다는 사실, 그것을 깨

닫는 것이 이 길에 들어선 사람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오. ‘나’가 없으면 이 세상에

아무 일도 없소. 그런데도 여러분 눈앞에 온갖 일들이 펼쳐져 있다면 그건 ‘나’가 그 모든

것을 지어냈다는 얘기요. 그렇게 주절주절 엮어대는 의식이 전부 ‘나’요. 모든 의식의 작

동이 전부 ‘나’요. 여러분의 참성품, ‘본래 나’는 보고 듣고 배워서 새로 알아야 할 일이

하나도 없소. 그 유리알처럼 맑은 본 성품은 아무것도 알아 간직하는 것이 없소. 스스로

항상 환히 아는 성품이오. 그래서 신령한 성품이니 영각성(靈覺性)이니 하고 말하는 거요.

그 신령한 성품은 자체로는 성품이 없기 때문에 능히 그 모든 것을 나투어 내오. 그렇게

장황한 생각을 주절주절 늘어놓고 싶으면 주절주절 늘어놓게 다 응해주고 있는 거요. ‘나’

를 포함한 응해 나투어진 그림자에 온통 정신을 뺏기지 말고, 순간순간 인연에 감응해 모

든 것을 나투어 내고 있는 그 성품을 밝히라 소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