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코페르니쿠스적 대변환이란 말 들어봤을 거요. 그게 불과 몇 백년 전 일이오.

이 땅은 요지부동으로 절대 안 움직이고 저 하늘이 땅을 중심으로 돈다는 사실.

그건 누구도 의심할 여지없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는데, 알고 보니 사실은 그

게 아니고 공처럼 생긴 이 동그란 땅덩어리가 팽이 돌 듯 자전을 하면서 그와 동

시에 태양 주위를 뱅뱅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당시를 살던 사람들의

충격과 경이로움이 어떠했을까 한번 생각해 보시오. · · · · · · 하지만 그게 아무

리 대단한 충격이었다 하더라도 지금 여러분이 직면한 사실은 그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엄청난 거요. 그게 뭐요? ‘이 세상이 몽땅 실체가 없다’요.

　이 세상이 몽땅 실체가 없다는 말은, ‘하늘, 땅 삼라만상이 전부다 그대 마음에

비추어진 그림자일 뿐이다’라는 소리요. 그럼 그게 무슨 뜻이겠소? 이 세상은 견

고하고 단단하게 생긴 물질적인 실체들로 이루어진 세상이 아니라 소리요. 유정,

무정 할 것 없이, 살아있는 생명체나 생명 없는 무정물들이나, 일체존재가 전부

다 환영이요, 허구라는 뜻이오. 결국 이 세상사 일체만법이 다 여러분의 한 생각

으로, 이렇다고 혹은 이렇지 않다고 지어낸 것뿐이오. 법문을 몽땅 이해를 하건,

온갖 경전들을 죄다 들추어 불법(佛法)에 대해 훤히 통달하건, 이 세상에 대해 이

러쿵저러쿵 어떻게 알았던 간에 그게 전부 잠꼬대라 소리요.

　법문을 제대로 들었으면 이렇듯 티끌만한 한 법도 남아날 것이 없는데, 실컷

듣고 이해한다면서 한다는 소리가 ‘현실을 살다보면’ 어쩌구저쩌구 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찌 하면 좋겠소? 만법이 성품이 없는, 전부 꿈같고 환 같은 것이라고 자

기 입으로도 말하면서, 현실세계는 또 무슨 헛소리요? 누가 뭐래도 현실세계는

분명히 존재하는 실체라 소리 아니오? 그렇다면 지금까지 법문을 전혀 헛들은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