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어떻게 사는 게 지혜롭게 사는 건가?”, “어떻게 사는 게 참되게 사는 건가?”

하는 따위의 질문은 그 질문 자체가 잘못 된 거요. 도대체 누가 그렇게 살고 싶

다는 거요? 주재자(主宰者)는 없소. 이 ‘나’라는 놈은 본래 없는 거요. 그 사실을

철저히 구명해야 하오. 이 육신을 ‘나’인 줄 알고, 이 육신이 보다 안정되고 쾌락

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처신하면 좋겠는가 하는 데에만

모두 정신이 팔려 있소.

　이 ‘나’가 없으면 이 세상에 도무지 문젯거리라는 게 있을 수가 없소. 사실은

‘나’가 있는 건데 잠시 괴로움을 면하기 위해 잠깐 ‘나’를 없다고 치자. 그런 게

아니오. 본래 ‘나’가 없는 거요. 있지도 않은 ‘나’를 ‘나’인 줄 알고 집착했기 때

문에, 이 ‘나’로 말미암아 생기는 모든 근심, 걱정, 번뇌는 전부 까닭 없는 거요.

　이 길에 들어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나’를 수행의 주체인 줄 알고, 이놈을

어떻게 갈고 닦아야 빨리 이 세속의 멍에를 벗어던질 수 있겠는가 하는 따위의

생각을 하는데, 그것은 전형적인 생사법, 인과법이오. 열심히 원인 행위를 닦은

보람으로 훗날 부처가 될 수 있는 과보가 주어지는 게 아니고, 알고 봤더니 모

두가 다 본래 부처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것이 이 공부의 시작이오. 이미

모두에게 불과(佛果)는 주어져 있는 거요. 그러니 부처가 새로 부처가 될 일이

전혀 없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