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이 세상이 다 꿈같고 환(幻)과 같다는 사실을 안다면서 다시 무슨 실제 생활이

또 있으며, 또 거기서 닥쳐오는 일에 대해서는 당황하고 아랫다리가 후들거린다

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요? 참으로 이 세상이 꿈과 같고 환과 같다는

사실을 투철하게 사무친 사람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더 이상 문젯거리니 뭐니

주절주절 꼬리를 달 일이 있을 수가 없소. 그러니 지금 여러분이 법문을 얼마나

건성건성 듣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거요. 그런 식으로 공부해 갖고선

천년만년 가도 깨달을 분수는 없소. 이 길이 그렇게 아무나 기웃거리는 만만한 길

이 아니오!

　천지 삼라만상이 몽땅 다 마음의 거울에 비친 그림자요. 물리적인 실제가 아니

라 소리요. 이 말이 뜻하는 그 어마어마한 충격이 여러분한테는 전혀 느껴지질 않

소. 그저 허구한 날 으레 하는 소리려니 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니 그

공부의 깊이가 깊어질 수가 없는 거요. 이 세상이 모두 환과 같으면, 모든 이름이

있고 모습이 있고 뜻이 있는 일체의 가치체계, 논리체계가 전부 다 환이라 소리요.

그럼 더 이상 무엇을 거론할 일이 있겠소? 지금 전혀 어려운 말을 하고 있는 게 아

니오. 왜 꿈이고 환 같은가에 대한 이유에 대해선 지금까지 충분하고 넘칠 만큼 많

이 설명됐소. 그런데도 그 사실을 깊이 참구할 생각은 안 하고, 그저 늘 그 상식의

테두리를 고수하면서 그 속에서 어떻게 깨짝깨짝, 이 몸을 고이고 섬기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있으니 그래 가지고 어떻게 성인의 경지를 넘본다는 말이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수천만 년 동안 지독한 꿈에 취해

살다보니, 아무리 자세하게 반복해 펼쳐 보여줘도 좀처럼 믿지 못하는 거요. 그만

큼 범부의 업장이 무겁고 두꺼운데 참으로 진실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이 지독한

꿈에서 깨어나는 일에 어떻게 게으름을 부릴 수 있겠소? 이 세상이 꿈이라고 아는

사람과 참으로 이 세상을 꿈으로 보는 사람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