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안으로 나는 마음이 없고 밖으론 상대할 것이 없다고 그러면서도 자유롭고

싶다면, 앞에 한 말은 거짓말 아니오? 그저 한 토막 알음알이 아니냔 말이오?

여러분의 공부가 깊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거요. 단 한 마디 말이라도 그

말의 참뜻을 철저하게 깊이 사무치질 않고 그저 수박 겉핥기식으로 늘 ‘그렇다

더라’, ‘그렇다던데’ 그러고들 있으니, 문 안으로 성큼 들어올 생각은 않고 계

속 문 밖에서 왔다갔다 먼지만 피우고 있단 말이요 지금.

　안으로 나는 마음이 없고 밖으론 상대할 경계가 없으면 안팎이 고요해서 아

무 일도 없는데 왜 또 거기에 자유니 부자유니 하는 게 문제가 되는 거요? 지

금 그렇게 그럴싸한 문구 하나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오. ‘내’가 아는 바가 옳

은가 그른가 하는 따위는 지금 전혀 논의거리도 안 되는 헛소리에 불과한 거요.

오직 ‘내’가 그 무엇에도 얽매임이 없는 그런 마음이 되어지는가 안 되어지는가

그것을 보시오. 그렇지 못하고 그저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인가’ 하면서, 저

말단 끄트머리에서 요령 좋은 해답만 구하려고 더듬이를 뻗어 이쪽저쪽 하고

있으니, 그러고 있는 동안에는 당나귀 해가 되어도 깨달을 분수는 없는 거요.

　여러분 머릿속에 들어있는 그 모든 알음알이, 모든 차별법이 무엇을 근거로

해서 세워졌는지 깊이 헤아릴 수 있어야 하오. 그 재료는 이미 차서 넘칠 만큼

많이 주어졌소. · · · · · · 근본이 빈 거요 전혀. 망령된 생각만 온통 설친단 말

이오 지금. · · · · · · 이 세상이 몽땅 꿈이요 환(幻)이라 올바로 보고 그렇게 세

상을 꾸려 가면 옳은 거요? 이 세상이 몽땅 실재라고 잘못 보고 잘못 알아 세상

을 죽 쑤면서 살아가면 그른 거요? · · · · · · 대답을 구하려고 머리 굴리며 헛

수고들 하지 마시오. 전부, 몽땅 다 꿈이고 환(幻)이오. 전부 헛소리란 말이오.

그런데도 계속 그 말, 말들에 현혹되어 정신 못 차리고 있으면 언제 고향으로

돌아가냔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