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세속에서 공부한다는 뜻은 일반적으로 뭔가 유위의 행을 통해서 어떠한 과보를

얻기 위한 것을 이르는 거요. 가령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만법 밖에 벗어나기 위

해서, 해탈하기 위해서, 성불하기 위해서 등등, 전부 ‘위해서’요. · · · · · · 그런데

그게 전부 누구를 ‘위해서’요? · · · · · · ‘나’ 아니오? 공부한다는 말뿐만 아니라

법문을 들으면서 듣는 그 밖의 많은 말들을 그저 세상에서 통용되는 상식적인 차

원에서 받아들이면 스스로 갈등만 조장할 뿐이지 아무 공덕이 없소.

　공부라는 말을 선가(禪家)에선 도를 닦는다, 행각(行脚)한다 등등의 말로도 쓰

는데 그것은 본래 생멸법이 아니오. 공부라는 것이 지금 열심히 갈고 닦아 훗날

‘나’가 그에 대한 공덕을 얻게 되는 그런 유위행을 이르는 말이 아니란 얘기요. 마

땅치 않은 것을 제하고 마땅한 것을 얻어서 그 행위의 주체, 수행의 주체인 이 ‘나’

가 보다 안정되고 쾌락한 어떤 경지에 도달하기를 바라는, 그런 걸 공부라고 하는

게 아닌 거요.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지 짓는 자도 받는 자도 없소. 그런데 여러분

에게 수행이란 말은, 지금 그런 질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연히 어떤 짓는 행위

로 받아들여지고 있소. ‘나’가 어떤 유위의 작용을 일으킨다는 생각을 이미 밑바닥

에 깔고 있는 거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아직 연기설도 이해를 못하고 있는 거요.

만법이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 짓는 자가 없소. 짓는 자가 없으니 바랄 게 없고 얻

을 게 없소. 그런데 여러분에게 공부란 것은 ‘나’가 공부하는 자고 그 공부를 통해

서 어떠한 응분의 과보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잖소? 그러니 ‘공부가 잘 안

된다’커니, 혹은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겠냐’ 등등 그런 물음이 나오는

거요. 그런 물음 자체가 어떤 이해득실을 전제하고 있는 거요. 지금 각자 전부 이

말을 자기 자신에게 진솔하게 되물어 보시오. 만약 시작부터 그런 심산으로 이 길

에 들어선다면 온통 헛된 지견만 늘어 나중엔 완전히 길을 잃게 될 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