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만법이 성품이 없다’는 그 한 마디가 지금 여러분 마음속에 켜켜로 쌓여있는 그

던적스럽고 탐욕스러운 찌꺼기가 단번에 몽땅 소멸되는가 안 되는가 하는 열쇠요.

온 천지가 말라비틀어져 죽어갈 때 단비가 내리면 어떻소? · · · · · · ‘만법이 성품

이 없다’는 그 한 마디가 그 단비와도 같은 거요. 그런데 지금 어디 어방 없는 데에

서 헤매고들 있는 거요? ‘만법이 성품이 없다’고 말했으면 할 말 다 한 거요.

　그게 무엇이었건, 무슨 일이었건 간에 벗어나길 바라거든 만법이 성품이 없는 도

리를 깨치면 되오. 이롭다커니 해롭다커니, 죽는다커니 산다커니 하는 따위의 말들,

전부 군소리요. 그렇게 인간이 죽고 사는 것 까지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면 그게 바

로 대해탈이오. 진실에 눈을 뜬 사람은 이로운가 해로운가, 죽는가 사는가 하는 것

들이 전부 그림자놀음이오. 하나도 늘고 주는 일도 없고, 가고 오는 일도 없소. 그

게 진실이오. 그 사실을 2500년 전에는 부처님이 밝혀주셨고, 불과 한 세기 전에는

일단의 천재 과학자들이 과학적 방법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줬소. 그렇다면 도대

체 뭐를 더 망설이며 요리조리 재고 있는 거요. 그런 대법을 모른다면 모를까 매일

같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도 아직도 속으론 손가락 꼽아 가며 나에게 이로

운가 해로운가, 좀 더 챙길 수 있는가 없는가, 온통 관심이 그것밖엔 없다면 그런

사람은 전혀 부처님법과 인연이 없는 거요.

　아무쪼록 이 소중한 불법(佛法)과의 인연을 만났으면, 첫 머리부터 올바른 믿음

을 내고 올바른 발심을 해야 하오. 만약 그렇지 않고 여태 해온 대로 늘 그렇게 망

념을 좇으면서, 옳고 그름, 이롭고 해로움에 얽매어서 조작(造作)과 대처(對處)를

일삼는다면 어느 세월에 그 엄청난 업장을 벗어 던질 수 있겠소? 조금씩 조금씩 이

로운가 해로운가, 견딜 만한가 그렇지 못 한가, 눈치 봐 가면서 가는 길이 아니오.

단칼에 끊어야 하오. 그래서 장부의 기개를 말하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