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만법이 성품이 없소. 같은가 다른가, 어째서 이런가 저런가 따위의 모든 인간의

사량 분별이 전부 쓸 데 없는 소리라는 걸 얼마나 더 얘기해야 알아듣겠소? 오직

마음뿐이오. 허공 같은 마음에 티끌만한 그림자라도 드리우면 그걸 빈 걸로 알지

못하고 곧바로 그것을 붙잡아 실제로 삼고는, 이건가 저건가 옳은가 그른가 하면

서 헤아리고 더듬고 있으니, 그러면 도저히 구처(求處)가 없는 거요.

　만법이 성품이 없다 소리는,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일체 삼라만상이 몽땅 다

꿈과 같고 그림자 같다는 소리요. 지금까지는 미혹해서 거울에 비친 그림자를 실

체인 줄 알고 그걸 가지고 일일이 크다 작다, 좋다 싫다 하며 신고(辛苦)를 했는데,

듣고 보니 그게 전부 다 거울에 비친 그림자와 같은 것이어서 그게 몽땅 허망한 것

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럼 마지막으로 남는 게 뭐겠소? · · · · · · 그렇다고

알게 하는, 온갖 것을 그렇다고 비추어내는 성품 아니겠소? 그 성품은 그렇게 인

간이 짓는 대로 비추어낼 뿐, 그 성품 자체는 아무 변화가 없소. 그것만이 참되고

여여한 거요. 그래서 그걸 일러 부처니, 마음이니, 실상이니 하는 따위의 말로 부

르는 거요. 그러니 계속 그 참성품 위에 비추어진 그림자 따위를 입에 올려 이러

쿵저러쿵, 같은가 다른가 하면서 쓸데없이 입품을 파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

인가를 알아야 하오.

　산다는 말도 죽는다는 말도 전부 빈 말이오. 모든 법은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

그 어떤 것도 새로 나는(生) 일은 없소. 전적으로 무생이니, 자체로 성품이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거요. 그 사실을 철저히 구명하시오. 다른 거 할 것 아무 것

도 없소. 마음이 허망하게 그려내는 업의 그림자를 실체인 줄 알고 여태까지 속아

살아왔다는 사실을 참으로 깊이 알아듣는다면 바로 앉은 자리에서 해탈이오. 그림

자를 붙들고 계속 옥신각신 하며 길게 시간 끌 일이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