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못 알아들으면 스무 방망이고 알아들으면 스물 한 방망이오. 법문이라는 것은

여러분으로 하여금 근원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한 어떤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베풀어지는 것뿐이오. 그러니 말 속에는 여러분이 알아듣고 차곡차곡 간직해야

할 그 어떤 것도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아야 하오. 말 속에는 본래 진실이 담길

수가 없는 거요. 그러니 어떤 말을 알아들었거든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가 하는

스승의 뜻을 헤아려야지 그 말에만 매달린다면 그 사람은 영영 깨닫기는 글른

거요.

　말로 할 수 있고, 문자로 표현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세속법이오. 진리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거요. 이 말은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오. 그러니 말 속에서 뭔

가를 뚜지고 찾고 외우고, 그래서 많이 아는 것을 가지고 공부인 줄 아는 사람은

그만큼 진리와 멀어져 있는 것이라고 알면 틀림없소. 오죽하면 진리는 말이 없다

는 얘기까지 하겠소. 말하는 것은 고사하고 한 생각 까딱 움직이기만 해도 그건

벌써 진리를 등진 거요.

　그렇다고 말을 아예 안 하면 그 캄캄한 수렁에 빠진 중생들을 인도할 방법이 없

으니까, 어쩔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여러분과 소통하기 위하여 억지로,

심하게 말하면 거짓으로, 세속에서 쓰는 말들 가운데에 그럴싸한 말들을 빌려서

말을 하고 있는 거요, 이렇게. 그러니 여러분이 만약 들은 말들을 좇으면서 말 속

에서 뭔가 묘한 것을 알아내려고 한다면 그건 계속 흙탕물 휘젓는 거요. 여래가

법을 설했다고 하는 자는 여래를 비방하는 자라고 까지 심하게 말한 이유를 알아

야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