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허전하다는 것도 느낌이오. 느낌은 본래 빈 것이니 그것이 좋은 느낌이건 나쁜

느낌이건 전혀 망상에 불과한 거요. 늘 말하지만 의식과 마음을 혼동하지 마시오.

이 공부는 여러분의 의식을 맑고 깨끗하고 안정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오. 여러

분이 늘 제 마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살아왔던 그것은 여러분의 본래 마음이

아니고, 그 마음 위에 비친 스쳐지나가는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

아, 더 이상 그 의식과 느낌에 현혹돼 휩쓸리는 일 없이 어서 빨리 그 여여부동한

본래의 마음을 되찾는 것이 여러분이 이 자리에 앉아있는 이유요.

　지금 여러분 목전에 펼쳐진 삼라만상은 몽땅 여러분의 본래 마음에 비친 업의

그림자에 불과한 거요.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은 경계를 실제로 존재하는 실체로

오인해서 집착한 결과가 바로 여러분 앞에 펼쳐진 세상이오. 그러한 세상을 바라

보는 ‘나’까지 포함한 일체 만법이 모두 인간의 헷갈린 망상으로 이루어진 허망한

존재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는 것, 그것이 이 공부의 요체요.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어찌 그 마음이 허전하지 않을 수 있겠소? 허전해 하면

틀린다 소리가 아니오. 그 허전함이라는 느낌이 어디서 오는가를 참으로 진지하게

살필 줄 아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수행자의 모습이라 할 수 있소. 오직 마음뿐이

오. 마음 밖에는 참으로 한 법도 없는 게 진실이니, 그 마음이 의지하고 머물고 할

대상이 도무지 없는 거요. 가슴이 미어지는 허전한 느낌이건 또 하늘을 날아갈 만

큼 좋은 느낌이건 느낌은 끝끝내 빈 것이니, 그 어떤 느낌에도 현혹되지 말고, 하

늘에 흘러가는 구름 보듯이 그냥 그렇게 보내고 보내고 또 보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