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누차 하는 말이지만, 말이 모자라고, 글이 모자라는 게 아니오. 단 한 마디 말이

라도 그 참뜻을 혼신의 힘을 다해 투철하고 진지하게 참구하려는 간절한 자세가

부족한 거요. 그런 식으로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나 계속 더 많이, 더 자주 듣기를

원한다는 것은 그 어떤 법문도 그저 상투적으로 듣고 있다는 소리나 다름없소. 무

슨 더 많은 말이 필요하겠소? 고인(古人)들이 전하려는 뜻은 말이나 글 속에 있는

것이 아니오. 일단 말이나 글로 표현 되었다면 이미 둘째 셋째 자리니, 그 전하려는

뜻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사실을 믿으시오.

　계속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뭔가 “쩡!” 하고 마음에 와 닿는 그러한 경

험을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런 건 없소. 그런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자기가 의

식으로 지어 높이 매달아 놓은, 이러이러 하리라 생각되어지는 깨달음의 모습, 깨

달음의 경지 그런 것일 뿐이오. 그러니 설사 뭔가 “쩡!” 하고 와 닿았다 해도 그것은

자기가 그동안 ‘거룩하게’ 그려왔던 의식이 충족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니, 그렇게

계속 의식을 좇고 의식을 고이고 섬기는 데에만 마음을 쓴다면 천년, 만년이 가도

정작 깨달을 분수는 없는 거요.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이렇게 하라, 혹은 저렇게 하라 하는 식으로 결정적으로 말

할 것이 본래 없소. ‘이러이러한 것이 진리다’라고도 말씀하시지 않소. 왜 그렇겠소?

그 자리는 말이나 글로 설명되어질 수 있는 그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오. 다만 중

생들이 무언가에 치우치게 집착하여 한쪽으로 쏠려 붙어서 그 근본 자리를 전혀 등

진 채 헤매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편으로 이런저런 말로 일단 그 치우침을

떼어주려는 것뿐이오. 그 이런저런 말이 바로 여러분이 머리 위에 떠받들고 있는 팔

만사천 법문이오. 그렇게 묻는, 그렇게 더 많은 법문을 듣고 싶어하는 그 ‘나’란 놈이

누구인가를 밝히는 데에는 많은 말이 필요하질 않소. 설사 필요하다 해도 이미 차고

넘칠 만큼 충분히 많은 재료들이 주어져 있음을 잊지 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