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설사 가장 굳게 믿고 있는 것마저 마침내 버렸다 칩시다. 그럼 그건 ‘가장 굳게

믿고 있는 법조차 버려야 한다’는 법에 따라 그리 한 것이니, 그 법은 여전히 그

마음속에 자리를 틀고 있을 것 아니오? · · · · · · 다 보내시오. 그저 아무 생각 없

는 것이 제일 좋소. 이래야 한다커니 저래야 한다커니 여러 지침의 말들이 있으나

그러한 말들은 수행 초입에 그저 망아지처럼 한시도 쉬지 않고 날뛰는 그 의식을

일단 진정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방편으로 행한 말일 뿐이오. 요는 이 세상 모

든 법은 자체의 성품이 없어서, 몽땅 그림자 같고 메아리와 같은 것이니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말라는 뜻을 전하기 위해 이런 말 저런 말, 나아가 팔만사천법문

이 있게 된 거요.

　마음이 그대로 부처요, 마음이 그대로 법이오. 그러니 아무리 대단한 뭔가를 굳

게 믿는다 해도 그것은 마음으로 마음을 믿는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 거요. 그것은

마치 눈이 제 스스로를 보고, 손가락이 제 스스로를 만진다는 얘기와 같은 것이니

전혀 얼토당토한 얘기 아니겠소? 만법은 오직 마음뿐이어서 마음 밖에는 상대해야

할 만한 단 하나의 법도 없는 것이 진실이오. 그러니 그것이 아무리 거룩한 법이 됐

건 성스러운 법이 됐건, 그건 모두 제 업에 따라 마음으로 억지로 지어낸 빈 말일

뿐임을 분명히 알아야 하오.

　믿는 자도 믿지 않는 자도 참된 깨달음을 얻기는 틀렸다고 했소. 이 길은 믿고 안

믿고, 이해하고 이해 못하고 하는 식으로 요리조리 의식을 굴리고 따져서 가는 길이

아니오. 그러니 마음으로 법을 믿고, 마음으로 법을 깨닫고 하는 그 모든 일이 몽땅

지각활동의 범주를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서, 더 이상 마음 밖에서

뭔가 묘하고 성스럽고 대단한 그 어떤 법을 걷어잡으려는 쓸데없는 헛수고는 당장

멈춰야 하오. 참된 수행은 마치 눈동자 간직하듯 하는 거라는 말이 있듯이, 그것이

부처법이건 보살법이건, 해탈이건 열반이건 아무리 기가 막힌 법일지라도 다 놓고,

놓았다는 생각도 다 놓고, 그저 그 마음의 흐름이 허공에 바람 가듯 아무런 자취가

없다면 그 사람은 여여한 부처의 땅을 이미 밟고 있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