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아직도 전생이니 윤회니 하는 말에 코를 꿰여있다는 것은 ‘나 없는 도리’를 전혀 밝

히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나 없는 도리’를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안 하고 있다는 증거

요. 도대체 누가 있길래 전생이니 내생(來生)이니 하며 계속 후들거린단 말이오? 이

몸이 환화공신이란 말은 입에 달고 살면서 그건 말로나 하는 소리고, 모든 사단이 결

국 이 육신이 ‘나’라고 굳게 믿음으로 해서 벌어진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지 딱한 일이

오. ‘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 삼라만상이 몽땅 인연 따라 나는 꿈과 같은 것인데, 미혹

한 중생이 이 꿈처럼 환(幻)처럼 있는 허망한 법을 저 바깥에 실제로 존재하는 실유(實

有)로 삼고는 생겨난다 커니 사라진다 커니, 오니 가니 한다고 망상을 피우고 있는 거

요. 도무지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 뭔가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인양 좇고 있으니 속절

없이 윤회의 굴레에 빠져 생사의 바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거요. 다시 말하지만 이 가

죽주머니를 ‘나’로 삼고, 이 허망한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아 그 공덕으로 먼 훗날, 혹은

내생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심보가 마음속에 깔려있다면 그 사람은 아직 마음공부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오.

　인연 따라 나는 모든 법은 이름만 그러할 뿐, 실제로는 나는 일도 없고 사라지는 일도

없음을 바닥 깊이 사무쳐야 하오. 그래서 지금 눈앞에 펼쳐진 일체만법 그 모두가 자체

의 성품이 없는 꿈과 같고 환과 같은 것임을 철저히 깨달아 살피는 것, 그것이 이 공부

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오. 부디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이나 지견들

을 끼워넣고 쓸데없이 전전긍긍하지 말고, 한 마음 훌쩍 거두어 눈앞에 펼쳐진 유정, 무

정의 모든 법이 몽땅 마음만으로 헛되이 지어진 것임을 분명히 알아서 더 이상 견문각지

를 좇아 알음알이를 지어 먼지 피우는 일은 당장 그쳐야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