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그래도 연기는 무기요. 지금 이 순간 그러한 생각도 역시 일어난 듯할 뿐이지 실제로

일어난 것이 없는 거요. 이 세상 만법이 전부 인연생기 아닌 것이 없기 때문에 지금 목

전에 펼쳐진 정신적 물질적 모든 것들은 전부 꿈같고 환 같은 거요.

　우리가 길거리에서 많이 보는 자동차(自動車)를 생각해 보시오. 문자 그대로라면 스

스로 움직이는 차라 소린데, 그럼 그 스스로란 놈이 어떤 놈이기에 그 몇 톤씩 되는 쇳

덩어리가 씽씽 내달리는가 한번 생각해 보시오. 자동차의 부속품이 2만여 가지도 넘는

다는데 그 스스로란 놈을 찾기 위해 자동차를 이루고 있는 모든 부속품을 일일이 다 분

해해서 펼쳐놨다 상상해 보시오. 자 그럼 그중에 어떤 놈이 주(主)가 돼서 그 무거운 차

를 움직인 거요? · · · · · · 아무리 찾아봐도 거기에 작용의 주체는 없소. 단지 그 2만여

가지의 부속품들이 아주 알맞은 인연으로 잘 엮이게 되면 그렇게 커다란 쇳덩어리가 씽

씽 내닫는 모습을 나투게 되는 거요. 그럼 거기서 무엇이 주가 돼서 움직였다 말할 수

있겠소? 게다가 그 2만여 가지 낱낱의 부속품이 각각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분자, 원

자 그보다 더 작은 알갱이까지 상상으로 분해해 들어간다면 자, 과연 무엇이 움직인 거

요? 자동차만 그렇소? 굳이 우리 인간까지 같은 예를 들진 않겠소. · · · · · · 이 세상 만

법이 다 그와 같기 때문에 거기에 작용의 주체는 없다고 말하는 거요. 어느 하나도 예외

는 없소.

　이 세상 만법이 몽땅 다 내 마음의 거울에 비친 그림자와 같다는 사실을 철저히 사무

쳐야 하오. 그 본래 마음은 생멸도 없고 인연 따라 가고 오고 하는 일도 없기 때문에 그

참 마음에 의지해서 나는 모든 법도 당연히 생멸도 왕래도 없는 거요. 비록 그 겉모양은

생겨났다 잠시 머무르고 변해서 사라져 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지만, 그것은 다만 겉

모습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결코 움직이고 변화하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야 하오. 그것은 마치 저 바다가 하루 종일 물결쳐도 바다 그 자체는 전혀 증감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