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이미 연세가 많이 되셨다니 이제 살고 죽는 것에 대해서 그만큼 많이 놓여나셨다는 얘

기 아니겠소? 옛 고인(古人)의 말씀에, 태어난다는 것은 마치 돌계집이 아기를 배는 것과

같고, 잠시 머문다는 것은 여름 날 아지랑이 물결과 같고, 변화 변천한다는 것은 뜬구름이

오고감과 같고, 죽는다는 것은 마치 허공 꽃이 모습을 감추는 것과 같다고 했소. 시종일관

도무지 아무 일도 일어난 것이 없는 거요. 그것이 바로 살아간다는 말의 실상이오.

　여러분이 환화공신(幻化空身)이라고 늘 말하는 이 ‘나’는 비록 사지(四肢)와 이목구비

(耳目口鼻)가 다 갖춰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놈은 말 그대로 허깨비 같은 놈이라 아

무 힘도 생각도 없기 때문에, 배고프고 목마르고, 춥고 덥고, 괴롭고 즐겁고, 숨을 들이쉬

고 내쉬고, 살고 죽고 하는 등의 일이 본래 있을 수 없는 거요. 다만 어리석은 중생이 겉으

로 드러난 형상에만 헷갈려 전혀 티끌 하나 움직인 조짐조차 없는 가운데 헛되이 생멸상

(生滅相)과 거래상(去來相)을 봄으로써 까닭 없이 울고 웃고 난리법석을 피는 거요.

　인간에게 있어서 죽고 사는 문제만큼 큰 일이 어디 있겠소? 그러나 적어도 이 길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생사문제 뿐만 아니라, 현재 눈앞에 펼쳐진 물질적 정신적 모든 법이 오직

마음뿐이라는 사실을 바닥 깊이 투철하게 사무쳐, 그 모두가 꿈속의 일과 전혀 다르지 않

음을 어서 빨리 깨쳐야 하오. 그 본 바탕에서 보면 이 세상에는 산 사람도 없고 죽은 사람

도 없고, 이 산하대지도 몽땅 없어서 티끌만한 한 법도 전혀 실다운 것은 없는 거요. 그게

진실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