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첫 출발부터 틀렸소. 누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요? 그 질문은 마치 아침에 출근

하면서 물결이 용왕님께 “오늘 어떻게 물결쳐야 제대로 물결치는 겁니까?” 하고 묻는

것과 다르지 않은 거요. 그게 전혀 말이 안 되는 소리 아니오? 어디를 찾아봐도 도무지

주재자(主宰者)는 없는 거요. 지금 자신이 수행을 하는데 있어서 어떻게 수행을 해야

잘하는 것인지 방법을 묻고 있는 것 아니오? 도대체 그 수행하는 자가 누구냔 말이오.

· · · · · · 주재자는 없소. 심지어 사고(思考)하는 주체도 없소.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말

미암을 뿐이오. 어찌어찌 인연이 맺혀서 된 이 고깃덩어리를 ‘나’인 줄 알고 이 ‘나’가

관찰의 주체, 사고의 주체, 행위의 주체, 삶의 주체인 줄 알고 설치는 거요.

　만법이 인연생기(因緣生起)이기 때문에 ‘나’ 뿐만 아니라 이 세상 일체 존재는 자체

로는 성품이 없소. 그건 이름도 모양도 뜻도 전부 다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소리요. 그

런데도 그것들을 전부 실체화해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게 지금 중생의 모습인 거요.

결국 아무것도 없고 아무 일도 없는 가운데 온통 생각만으로 지어놓고 관념놀이, 지견

놀이만 하고 있는 거라 소리요.

　그러니 지금 여러분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그렇게 끄트머리에서 관념놀음, 지

견놀음 하느라 허송세월 하지 말고 그러한 모든 지각활동을 가능케 하는 그 성품을 밝

혀야 하는 거요. 어떻게 해야 깨닫는 것이냐는 둥, 어떻게 해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냐는 둥 하는 그러한 오만가지 생각들이 어디서 나오는가를 살피라 소리요. 이미 각자

에게 구족하게 갖추어져 있는 그 본래의 성품, ‘참 나’는 여러분이 깨달았을 때나 미혹

했을 때나, 훤칠하게 벗어났을 때나 지지궁상 떨고 있을 때나 전혀 변하는 일이 없소.

늘 그대로요. 늘 그대로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무슨 생각, 무슨 짓을 해도 그대로 다 응

해주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