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이 길을 가는 사람은 모름지기 철저해야 하오. 철저(徹底)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바닥을

꿰뚫을 만큼의 결기가 있어야 한다 소리요. 좌고우면하며 예전에 하던 대로 적당히 현실에

타협하는 태도로는 절대로 이 길을 갈 수 없소.

　마음이 아프다는 건 느낌 아니오? 이 세상 모든 것, ‘나’까지 포함한 천지 삼라만상이 몽

땅 마음에 나타난 허망한 그림자에 불과한 것인데, 마음이 아프다는 그 느낌은 어디서 온

거요? · · · · · · 모든 일은 다만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 행위의 주체도 수용의 주체도 없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사무쳐야 하오. 왜 그렇게 말하는지 그 이유까지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

지 않았소? 그런데도 늘 같은 문제로 끌탕을 한다면 그 사람은 전혀 공부 안 하고 있는 거요.

　이 우주 삼라만상이 몽땅, 티끌만한 예외도 없이 전부 ‘내’ 마음속에 꿈처럼 환(幻)처럼 나

타난 허망한 그림자임을 철저히 밝혀내야 하오. 이 길에 들어선 사람에게 전부라 할 수 있는

그 일을 미뤄두고 계속 눈앞에서 안타까운 일, 마음 아픈 일이 실제라고 여긴다면 그것을 일

러 청맹과니라고 하는 거예요.

　목전의 모든 법은 다만 한 마음의 나툼일 뿐이오. 그러니 그게 뭐가 됐든 그것이 몽땅 ‘내

마음’뿐이었음을 분명히 안다면 다시는 제가 스스로 지은 경계에 홀려 실제라고 여기는 일은

없지 않겠소? 그렇게 줄곧 볼 수만 있다면 즐거운 것이건 마음 아픈 것이건, 모든 경계를 당

해서 느낌을 말아내는 일은 스스로 쉬게 될 거요. 지금 여러분이 밝히고자 하는 그 본래 마음

은 여러분이 괴롭고 마음 아플 때 그 마음을 달래주는, 그런 이해득실을 좇는 그 마음을 충족

시켜주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