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뭔가 의도하는 바가 있고 바라는 바가 있기 때문에 그렇소.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하는 그

의도조차도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장애요. 그런 일체의 바람이 없다면 있는

그대로 보는 일이 어떻게 어려울 수가 있겠소? 그저 눈을 대고 있을 뿐인데. 거울이 사물을

종일토록 비추어내는데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할 것 같소? · · · · · · 그래서 늘 하는 소리

요. 그 요변하는 의식을 자신의 마음인 줄 착각하지 말라고. 여러분 본래 마음은 거울이 온

갖 것을 무심히 있는 그대로 비추어내듯, 아무런 작용 없이 그저 자기가 지은대로 정신적

물리적 모든 형상을 그림자처럼 메아리처럼 나투어낼 뿐이오. 그런데 한순간 미혹해서 자

기가 지어낸 그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은 형상을 실체로 오인하여 울고 웃고, 좋고 싫고, 되

고 안 되고 하면서 늘 헐떡이는 거요. 그러니 이 보다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소?

　지금 자신을 뒤흔들고 한 시도 편치 않게 하는 그 모든 것들이 전부 내가 지어낸 꿈같고

환(幻) 같은 것임을 투철하게 깨닫는다면, 새삼스레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쉽네, 쉽지 않네

하면서 징징거릴 일도 없는 거요 애당초. 하늘이 먹구름으로 온통 뒤덮여도, 또 하얀 뭉게구

름이 아름답게 펼쳐져도 그 구름 너머의 파란 하늘은 늘 맑고 변함이 없듯이 여러분의 본래

마음도 늘 그렇게 변함없이 맑고 여여한 거요. 그러니 그 마음은 즐거울 때에도 즐거움과 상

관없고, 슬플 때에도 슬픔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니, 현재 치성하게 망상이 구른다 해도 구르

는 그대로인 채로 여러분의 본래 마음은 까딱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있는 그대로 보라 소리도 초심자를 위해 일러준 하나의 방편의 말일 뿐, 그 말에 매달려 그

대로 되지 않는다고 오히려 멍에를 또 하나 뒤집어쓰지 말고, 어서 크게 뒤쳐서 얼른 그 본래

마음을 밝혀야 하오. 그저 답답하면 답답한 대로, 어지러우면 어지러운 대로 그 의식의 흐름을

그냥 따라가되, 결코 자신의 뜻에 안 맞는다고 잡아 틀고 조작하려 애쓰지 말고 그냥 있는 그

대로 가만히 보다보면, 머지않아 그 본래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요. 있는 그대로이면 빠

르거니와 조작하면 더디다는 옛 고인의 말씀도 있지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