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영성이 드러났다고 하는데, 언제 영성이 드러나지 않았던 때가 있었던가? · · · · · · 신령한

깨달음의 성품인 그 영각성(靈覺性)은 언제나 환히 드러나 있소.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일어

났다 앉았다, 왔다 갔다, 그렇게 묻고 이렇게 대답하고 등등 아무 일도 일어날 수가 없는 거요.

그것은 예전엔 숨어 있다가 열심히 갈고 닦은 노력의 결과로 드러나는, 그렇게 껌뻑껌뻑 하는

게 아니오. 한 마디로 인간의 인식대상이 아니오. 알고 모르는 데에 속하는 게 아니라 소리요.

지금 이렇게 영성에 대해 주절주절 늘어놓지만, 이마저도 그것에 대한 지극히 지엽적인 부분

에 대해 변죽을 올리는 것일 뿐, 그것은 결코 말과 문자로 드러낼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오.

영성에 대한 아무리 정교한 법문일지라도, 또 아무리 높이 떠받드는 경전일지라도 다 그것과

는 상관없는 거요. 인간의 모든 지각활동의 본래성품이 바로 그 영각성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

해 드러났니 숨었니, 알아냈니 못 알아냈니 하는 등의 모든 언설과 묘사는 전부, 내 눈으로 내

눈을 봤더니 어떻더라, 손가락이 제 스스로를 만졌더니 어떻더라 하는 식의 얘기와 전혀 다르

지 않은 거요.

　그저 이 세상사가 몽땅 꿈이라는 사실을 어서 깨쳐야 하오. 참으로 절실하게. · · · · · · 문득

꿈에서 깨고 나면, 지금까지 ‘나’를 옥죄고 정신없이 잡아 흔들던 모든 번잡하고 울퉁불퉁한 세

상사가 한순간 몽땅 쉬어버릴 텐데, 다시 묵은 업식 때문에 어떻고 저떻고 하면서 ‘어떻게 할까

요?’ 하고 처분을 기다릴 일이 뭐가 있겠소? 그 어느 것도 꿈속의 일이 아님이 없는데 기어코

묵은 습기를 제거하려고 벼른다면 그 사람은 아직 꿈을 깨지 못한 거요.

　모든 게 환(幻)인 줄 알면 그것이 곧 여의는 것이라 했으니, 다시 환(幻)을 여의기 위한 유위

의 노력이 무슨 필요가 있겠소? 자꾸 ‘어떻게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다 놓고 쉬시오. 설사 쉬

지 못한다 해도 다 꿈속의 일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