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지금 그 질문은 ‘진정한 참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방법을 묻는 것인데, 거기엔 ‘이

러이러 해야 한다’는 식의 특별한 방법이 있을 수 없소. 왜냐하면 진리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것이 진리인 것이지 결코 비상한 방법의 인간의 인위적 노력이나 조작을 기다리지 않기 때문

이오. 일체 만법 그 어느 하나 진리 아님이 없는 것인데 다만 인간이 망령되이 보는 족족, 듣

는 족족 분별을 일으켜서 지금 여러분 목전에 펼쳐진 온갖 차별이 있게 된 거요. 일체 만법은

그 모두가 진리의 응현이니 그 자체로는 잘못된 것이 하나도 없음을 알아야 하오.

　이런 말을 듣고는, ‘그럼 아무 것도 할 필요 없겠다’고 ‘알아듣고’ 나태함에 빠지는 어리석은

이가 있을까 걱정이오. 그런 사람을 위해 굳이 공부의 실마리를 밝힌다면, 바로 일체 존재의

실상을 깊이 살피라는 거요. 유정, 무정 간에 이 세상 삼라만상은 전부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

작용의 주체가 없음을 투철하게 사무쳐야 하오. 모든 것은 다만 다른 그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를 찾아봐도 ‘나’라고 할 만한 ‘나’가 없는 거요. 여러분이 고이고 섬

기는 이 육신 가운데 어떤 것이 진짜 ‘나’요? · · · · · · 아무리 궁리를 해도 딱히 이것이 ‘나’

라고 할 만한 게 없는 거요. 그럼 진정한 참구가 무엇이냐고 묻는 그 질문은 누가 한 거요? 또

그러한 생각은 어디서 오는 거요? · · · · · · 이 질문은 그저 상식선의 답을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니오. 그 질문의 답을 참으로 절절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참구요, 참

된 공부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소.

　다만 그러한 참구의 결과로 이 ‘나’가 그 공덕을 보리라는 그러한 검은 심보를 경계하는 것

뿐이오. 왜 그렇겠소? ‘나 없는 도리’를 깨치겠다고 공부를 하는 사람이 결국 그 공부의 결과,

‘나’가 깨치고 ‘나’가 해탈하고 그래서 성인의 경지에 오를 것이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그것

은 ‘나’가 없어지기는커녕 더욱더 강화될 뿐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기 십상이기 때문이오.

　그저 게으르건 부지런하건 그 모든 것을 내차지도 말고 수용하지도 말고, 다만 그러한 생각

이 일어난 곳을 얼른 되돌아 볼 줄 알아서, 그 생각들이 온 곳이 없음을 깊이 참구할 수 있다면,

그동안 ‘나’를 옭아매온 온갖 이러저러한 생각들은 점차 희미해지다가 마침내 다해 버리고 마

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