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묵은 기억을 끄집어내서 지금 현재 단 한 찰나의 이 순간을 쓸어 덮지 마시오. 모든 벌어

지는 일은 자기가 그렇다고 해서 그렇고, 그렇지 않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거요. 그것이 좋

은 일이건 궂은 일이건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전부 자기 자신의 한 생각 끝에 매달려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부처님 법을 공부한다면서도 부처님 가르침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

는 유심(唯心)의 도리를 늘 한쪽으로 비껴놓고는, 무엇 때문에 어떻고, 무엇 때문에 어떻고

하면서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항상 바깥에서 찾으려하기 때문에 그 갈등이 쉬어지지 않는

거요.

　온 천지가 온통 한 바탕이니 티끌만한 한 법도 도무지 상대할만한 법이 없다는 사실을 투

철하게 밝혀 마쳐야 하오. 그래서 한 생각 일어나면 그 생각 속으로 뛰어들어 기분이 나쁘네

어쩌네 하면서 마냥 장을 벌이지 말고, 그 마음을 훌쩍 거두어, 그것이 다만 실제로 일어난

듯 느껴질 뿐, 사실은 전혀 일어난 일이 없는 꿈속의 일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놓

치지 말아야 하오.

　마음이 나면 온갖 법이 나고, 마음이 사라지면 온갖 법이 사라진다고 했소. (心生種種法生,

心滅種種法滅) 모든 법이 다만 의식에 의해 지어진 것일 뿐, 실제란 없음을 분명히 알아서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하는 일이 없어야 하오. 그게 무슨 생각이건 한 생각 떠올랐다면 그것은

그것 아니오. 그렇다고 일어나는 생각을 애써 찍어 누르려 하지도 마시오. 일어나는 게 일어

나지 않는 거요. 그 어떤 생각도 돌보지도 말고 관여치도 말고, 그저 흘러왔다 흘러가게 그냥

내버려 두시오. 그렇게 보내고 보내고 또 보내다 보면 머지않아 참된 마음공부가 무엇인가를

알게 될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