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질문자의 말은, 그게 어느 정도가 됐건, 자신은 정법의 진수를 이미 맛보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소? · · · · · · 물론 자기가 하고 있는 공부가 틀린 것이

라고 생각하며 공부하는 사람은 없소. 또 공부를 하다보면 살풋,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 하는 순간도 있기 마련이고.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희한하고 묘한 경험일지라도

마음에 붙여두는 일은 없어야 하오. 또 자기가 들은 바 배운 바가 절대로 옳은, 틀림없

는 정법의 진수라고 마음속에 철썩 같이 자리잡아버린다면, 그것은 혹 떼려다 오히려

혹을 붙이는 꼴과 마찬가지인 거요.

　정법에 대한 어떠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깨친 사람, 깨치지 못한 사람의 구분이 가능

한 것 아니겠소? 불법(佛法)은 무유정법(無有定法)이라 했소. 그게 무엇이었건 간에 불

법에 대해, 진리에 대해 아는 바가 있다면 틀림없이 그것 아니오. 이 말은 아무 것도 알

아보지 못하고 감정(鑑定)도 못하는 바보가 되라 소리가 아니오. 그 무엇도 마음에 붙여

두지 말라 소리요. 본래 붙여둘 여지가 없소. 이런 사람이 있으면 이런대로, 저런 사람이

있으면 저런대로 그저 있는 그대로 보는 것으로 족하오. 이래야 할 텐데 이렇지 않아서,

저래야 할 텐데 저렇지 않아서, 그것 때문에 밖을 향해 이러쿵저러쿵 하면서 속을 끓인

다면, 그게 정법의 진수가 됐건 뭐가 됐건 그 사람에겐 안 바, 들은 바가 벌써 자기 것이

돼버린 거요. 텅 트인 허공에 이러저런 획을 그어 있지도 않은 ‘나’만의 틀을 만들어버렸

다 소리요.

　우리 본래의 마음은 그 무엇에도 의지함이 없고 머무름이 없는 허공과 같다고 늘 말하

지 않소? 만법이 성품이 다 비어서, 안으로 육근(六根)도 비었고, 밖으로 육진(六塵)도

다 비었으니 우리의 견문각지를 통해 들어온 것들은 낱낱이 전부 다 그것 아니오. 이 사

실을 참으로 절절하게 체달하여, '나'를 포함한 온갖 세상일들이 전부 꿈같고 환 같은 것

임이 확연해진다면, 그 안에서 다시 이렇게 하면 그르고 저렇게 하면 옳고, 이렇게 하면

깨친 것이고 저렇게 하면 깨치지 못한 것이고 하며 이쪽저쪽 하는 것은 아무 일도 없는

데 괜히 먼지 피우는 거요. 온갖 것은 끝내 참된 하나를 벗어나는 게 아니오. 모든 차별

은 전적으로 중생의 망심에 의한 분별 때문에 있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