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구사하는 말 중엔 으레 그렇게들 표현해 왔기 때문에 아무

거리낌 없이 쓰기는 하지만, 이 길에 들어선 사람이라면 과연 자신이 내뱉은 말이 참

으로 앞뒤가 맞는 말인가부터 한번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소. 첫 단추부터 잘못

꿰고서 그 전제 위에 온통 그 뒤죽박죽 의식을 굴려대니 나중엔 어디서부터 길을 잃

었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소.

　공부를 한다 했는데, 누가 무엇을 공부한다는 거요? 하도 반복해 말해서 이젠 귀에

딱지가 앉을 만도 한데, 아직도 공부하는 ‘나’는 엄연한 실체고,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깨달음을 얻을 팔만사천 법문도 실제고. 그 사실을 붙박이로 해놓고 제 아무리 온갖

오묘한 경전의 말씀,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신비한 체험 따위를 했다 한들, 거기에 깨

달은 ‘나’, 체험한 ‘나’가 주재자로서 계속 세력을 부리고 있는 한, 그건 가장 먼저 학

인이 착수해야할, 있지도 않은 ‘나’를 해소하기는커녕, 점점 더 그 ‘나’란 놈을 강화할

뿐인 거요.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심지어 깨닫기까지 한 ‘나’가 목에 힘을 줄 테니 그

얼마나 기세등등하겠소? 동쪽으로 가야할 사람이 계속 서쪽을 향해 가고 있다 소리요.

실상이 그러한데도 자기는 잘 가고 있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을 테니, 그 사람은 본래

의 제 마음을 밝히긴 영영 글른 거요.

　공부란 말을 학습(學習)이란 말로 잘못 알고 달려드는 사람이 많은데, 불법(佛法)에

는 이 세상 그 어느 것도 공부 아닌 게 없소.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간에 그 모두가 공부요. 따로 모양을 갖추고 뭘 합네~ 하고 태를 낸다면 그것은 전혀

그것 아니오. 절대 모양 갖추지 마시오. 알아야 할 것, 따로 배우고 익혀야 할 것, 그런

것들이 공부인 줄 잘못 알고, 허구한 날 마음 밖에서 해탈이니 열반이니 하는 것들을

얻기 위해 헛된 유위행을 일삼는다면 그 사람은 당나귀 해가 되어도 깨달을 분수가 없

는 거요. 끝끝내 모든 것은 오직 마음 뿐\'(唯心)이니, 그 이외의 것은 모두 없는 것으로

보시오. 몽땅 다 제 마음으로 나툰 그림자요 허깨비 같은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