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지금의 협열(狹劣)하고 보잘 것 없는 마음 씀씀이를 갈고닦아 훗날 국량(局量)이 넓고

능수능란한 성인의 마음 씀씀이가 되어지기 위해 마음공부를 하는 게 아니오. 정신적으

로나 물질적으로 의심할 여지없이 실체로 보이는 눈앞의 모든 삼라만상이 몽땅 다 인연

으로 말미암을 뿐, 그 어느 것도 자체의 성품을 가진 것은 없다는 사실을 투철히 깨달아,

이 세상 만법은 물론 지금 이와 같은 생각을 말아내는 이 마음과 몸까지도 전부 실체가

없는 꿈속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깨닫기 위함이오. 목전의 변화무쌍한 온갖 생주

이멸, 생로병사, 성주괴공이 전부 마음속만의 일이요, 실제로는 전혀 아무 일 없음을 밝

히는 것이 바로 여러분이 지금 이 자리에 와 앉아있는 이유요.

　그 자리가 되면 좀스럽게 마음을 쓰는 것이나, 성인의 자태로 의연하게 마음을 쓰는

것이나 그게 전부 한 마음에서 비롯된 이러한 생각, 저러한 생각에 불과한 거요. 그런데

미혹한 중생이 전부 겉으로 드러난 형상에만 마음을 빼앗겨, 그 본래의 마음자리로 돌이

킬 생각을 못하고 형상을 좇아 온통 밖으로만 내달으려 하기 때문에, 지금 그렇게 마찰과

갈등이 많은 거요, 실체도 없는 그림자 때문에. 더욱이 그 그림자들이 전부 제가 지은 것

이라면 이 얼마나 어리석고 어이없는 일이겠소? 해야 할 일, 해서는 안 될 일, 바람직한

모습,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 인간들이 그러한 숱한 규범을 만들어 스스로 뒤집어쓰고는

제가 만든 그물에 제 스스로 걸려서 못살겠다고 헐떡거리고 있는 거요. 그러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바꿔치기 하려고 헛애 쓰지 말고 그저 하루 빨리

마음의 실상을 밝혀야 하오.

　의연하고 넓은 마음 씀씀이건, 종짓잔 같은 마음 씀씀이건, 한 생각이 일어날 때 그 한

생각이 본래 일어나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철저히 꿰뚫어, 그 일어난 생각 속으로 뛰어들

어 온통 밀고 당기고 먼지 피우지 말고, 얼른 밖으로 치닫는 그 마음을 돌이켜 이러쿵저

러쿵 하는 모든 일들을 그저 담담히 지켜볼 수 있어야 하오. 그리하다 보면 온통 시끄러

운 이 세상이 지금 이대로인 채로 끝끝내 아무 일 없이 적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