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어떻게 점점 거꾸로 가는 질문만 하는지. · · · · · · 어머니 배 밖에 나오기 전 소식을 말

해 보라는 말은 중생들마다 서로 아는 걸 추켜들고 불법(佛法)에 대해서, 진리(眞理)에 대

해서 하도 이러쿵저러쿵 시끄럽게 떠드니 그 입을 닥치게 하기 위해 한 소리요. 그런데 그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그 답을 또 찾고 있으니, 도대체 그동안 무슨 법문을

들은 거요? 누차 하는 소리요. 진리는 수행자에 의해 증득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오. ‘진

리는 이런 것이다’ 하고 알아차린 바가 있다면, 이미 그것 아니오. 그 본래 자리에서 두어

바퀴 굴러야 진리는 이런 거라는 둥 저런 거라는 둥 그렇게 말로 표현될 수 있는 거요. 이

러한 말조차도 전혀 알아듣지 못해 허공에 대고 헛손질만 계속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방편으로 하는 소리요. ‘진리는 증득되는 것이 아니라더라’는 한 토막 지견을 또 머릿

속에 쑤셔 넣고 그걸 떠들고 다니지 않을까 걱정이오. 진리는 도무지 이러쿵저러쿵 부리를

댈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거요.

　그저 초심자건 이 법좌에서 수십 년 법문을 들은 자건, 그저 하루빨리 마음 밝혀 ‘나 없는

도리’를 투철하게 사무쳐야 하오. 깨달은 자가 따로 있고 미혹한 수행자가 따로 있는 게 아

니오. 이 육신을 나로 삼으면 그때부터 성인이 있고 범부가 있고, 깨달은 자가 있고 미혹한

수행자가 있는 거요. 그게 어떤 훌륭한 덕목이건 간에 쓸데없이 그런 거 찾지 말고 그저 세

상 삼라만상이 몽땅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 본래 나(生)는 일도 없고 멸(滅)하는 일도 없다

는 사실을 철저히 밝히는 것, 그것이 수행자가 갖추어야할 덕목이라면 덕목일 수 있소. 그

러니 밖에서 두리번거리며 묘한 소리 찾아 헤매지 말고 얼른 자기 발뿌리를 보시오.

　신령한 앎의 성품은 본래 스스로 환히 알고 있어서, 수행자가 새삼스레 알아내고 밝히고

할 일이 없는 거요. 그저 그 마음에 티끌만한 지견도 붙여두지 않아서 그 생각 생각마다 앎

이 없고 자취가 없으면 그것이 가장 제대로 된 정진이오. 항상 보다 나은, 보다 높은 자리를

향해 헐떡이며 그 마음이 내닫는다면 그 사람은 참으로 당나귀해가 되어도 깨달을 분수는

없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