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그럼 뭐 평생 벙어리로 사는 수밖에. · · · · · · 전달하고자 하는 그 뜻이 얼마나 이해하

기 힘든 심오한 뜻인가는 차치하고, 도대체 그게 ‘누구’의 뜻이오? 또 그 뜻을 제대로 이해

못한다고 답답해하는 그건 ‘누구’며? · · · · · · 결국 이 고깃덩어리를 ‘나’로 여기는 그 망

령된 생각은 요지부동이라 소리 아니오? 부처고 선지식이고 누가 뭐래도 절대로 실제인,

이 ‘나’가 아무리 얘기를 해줘도 ‘나의 정신세계’를 이해 못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 답답해

한다는 건, 그 아만(我慢)이 지금 하늘을 찌르고 있는 거요.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니 불립

문자(不立文字)니 하는 말이 불가(佛家)에서 흔히 쓰여지다 보니, 그것을 숫제 말의 무용론

으로 넘겨짚어 ‘알아들어 버리는’ 눈먼 당나귀가 참 많소. ‘나’ 없는 도리를 투철하게 밝힐

생각은 않고, ‘말로써는 진리를 온전히 드러낼 수 없다’는 한 마디를 ‘알아듣고는’ 망상의

테마를 이제 말의 무용론에 맞춰 또 열심히 망상을 굴리고 있으니 문자 그대로 그 망령된

생각은 언제나 쉬어지겠소?

　‘말로써는 진리를 온전히 드러낼 수 없다’는 말은 중생들이 하도 말에 매달려 무슨 묘한

소리 한 마디 알아들으면 그걸 머리에 이고 그게 최고의 진리인양, 말로써는 드러낼 수 없

다면서도 또 시끄럽게 떠들고 다닐 게 뻔하니, 절대 말에 끄달리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경책의 말로, 그 마저도 방편으로 하는 소리요. 지금 이대로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소.

다만 답답하다고 여기는 그 망상이 굳이 따지자면 잘못이오.

　삼라만상이 몽땅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 그 어느 것도 자체의 성품이 없으니 안으로는 ‘나’

도 없고 밖으로는 티끌만한 한 법도 상대할 것이 없는 게 바로 제법실상(諸法實相)이오. 이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부처님법의 요체이기 때문이오. 그런데도 그

저 늘 듣는 그렇고 그런 소리쯤으로 치부하고 제 망상에만 열중한다면 그 사람을 어찌 불자

라 할 수 있겠소? 있는 그대로이면 빠르지만 ‘이러저러하기 때문에 입을 닫아야겠다’고 조작

한다면 영영 길을 잃고 마는 거요. 부디 지금 평상한 이대로의 삶을 떠나 따로 마음공부가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하오. 그저 지금처럼 보고, 지금처럼 듣고, 지금처럼 말하

고 하면서 그 모든 변화 변천이 어느 것 하나 불사(佛事)아님이 없음을 알아야 하오. 아무렴

부처님법이 벙어리를 만드는 법이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