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수평선에 관한 얘기를 포함한 일련의 예는, 그렇게 생각하면 틀리고 이렇게 생각해야

옳으니 앞으로는 틀린 것을 바로잡아 옳게 알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오. 우리 인간이 지

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지내온 상식들이 얼마나 그 근거가 취약하고 심지어는 터무니

없는 것인가를 알게 하기 위함이오. 그래서 딱히 이것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것들이 이 세

상에는 도무지 없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거요. 그걸 모르고 지금껏 잘못 알았던 것들을 바로

잡아 이제 옳게 알아야겠다고 작심한다면 그건 여전히 이쪽저쪽 먼지 피우는 거요.

　여러분이 궁극적으로 밝혀야할 그 본체자리에는 옳고 그름, 이롭고 해로움 따위의 이분

법적인 사고의 틀은 애저녁에 붙을 자리가 없소. 그건 인간들이 제멋대로 허공에 그어놓은

구분에 불과하오. 허공은 어떤 획도 받아들이는 경우가 없이 늘 하나요. 이 세상 삼라만상

이 몽땅 한 바탕 위에 비친 이러저러한 그림자에 불과한 거요. 다만 그때그때 인연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며 잠시 나타났다 사라질 뿐이니, 경우에 따라 이런 모습으로 나타날 때도

있고 저런 모습으로 나타날 때도 있는 거요. 그런데 그중에서 제 소견에 맞는 것, 옳은 것,

좋은 것만 영원히 지속되라고 애를 쓴다면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겠소? 지금 무엇을

갖고 그러고 있는 거요? 전부 그림자요, 메아리 같은 거요.

　지금 여러분 목전에 펼쳐진 온갖 모습과 온갖 소리는 전부 빈 허상, 빈 말만 있을 뿐, 거

기엔 실제란 없소. 그러니 수평선을 직선이라고 우기든, 곡선이라고 우기든 그건 똑같은

짓인 거요. 본체 자리에서 보면 본래 아무것도 없어서 딱히 결정해(決定解)를 지어 이렇다,

저렇다를 말할 수는 없지만, 다만 인연을 따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

저렇게 말하기도 하는 거요. 실상이 그러한데도 계속 시비(是非)나 유무(有無) 양변에 치우

치게 집착하여 우기고 내지른다면 그 사람은 참으로 제도하기 어렵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