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그러한 생각이 바로 소견이오. · · · · · · 현재의 마땅치 않은 것을 보다 바람직한 그

어떤 것으로 바꾸려는 마음은 전형적인 생사법이오. 대법(大法)을 깨치고자 하는 사람

이 계속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생사법의 굴레에서 헐떡인다면 언제 훤칠하게 벗어날 기

약이 있겠소?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다만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 짓는 자가 있어서 지어

내는 게 아니오. 꾀죄죄하고 볼품없는 마음 씀씀이도, 세상을 다 품고도 남을 성인 같은

마음 씀씀이도 그게 짓는 사람이 있어서 그러한 생각을 내는 게 아니라 소리요. 그것만

알아도 마땅치 않은 것을 마땅한 것으로 바꾸려는 짓이 전혀 헛수고라는 사실을 알 수

있지 않겠소?

　진리는 모름지기 전·후(前後)에 걸쳐 제 모습을 바꾸는 일이 없소. 그렇게 항상 여여

(如如)하기 때문에 진리가 참되다고 하는 거 아니겠소? 즉, 종짓잔 같은 마음씨를 바꾸

어 성인의 마음씨로, 생사를 바꾸어 열반으로, 속박을 해탈로 등등, 그것은 미혹한 중생

의 눈에 가리움이 있어서 그러는 것일 뿐, 문득 이 세상 삼라만상의 모든 성품이 몽땅

빈 줄을 깨달아서 법의 평등을 얻으면 목전(目前)의 모든 이름과 형상, 또 그로부터 말

미암는 모든 상념들이 다 꿈속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전혀 실답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요.

　지금 있는 이대로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소. 그러니 호(好)·불호(不好), 시비득실,

온갖 의식의 헤아림을 좇아 밖으로 내달으려 하지 말고, 일찍이 티끌 하나 움직인 조짐

조차 없는 여여부동한 자신의 참 마음을 등지는 일이 없어야 하오. 본래 아무 일도 없

는데 공연히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허둥대며 “어떻게 할까요?” 그러지 말고, 늘 침착한

마음으로 한 호흡 돌리고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하고 찬찬히 자문해 보

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