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우선 그 알겠다, 모르겠다가 전부 의식의 끄트머리에서 딱지치기 하고 있는 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오. 알건 모르건 그건 제 본래 마음과는 아무 상관없는 거요. 수천 년

동안 의식이 제 마음인 줄 알고 살아온 뒤끝이라,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 의식의 소용

돌이 속으로 휩쓸리기 쉽다쳐도, 이제 의식이 제 본래 마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면, 다른 것 다 제쳐두고 마음을 먼저 밝혀야 하지 않겠소? 그런데도 마음 밝힐 생각은

안 하고 계속 이것과 저것 양단간에 좌고우면 하면서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묻는다면

언제 제 고향으로 돌아갈 기약이 있겠소?

　흐려도 개여도 하늘은 늘 그대로요. 늘 하는 소리지만, 마음을 밝히라 했지 의식을

맑고 깨끗하게 지니라 소리가 아님을 명심하시오. 이 얘길 들으면 또 곧바로 어서 마음

밝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고 스스로를 들들 볶을 거 같아 걱정이오. 여러분이 듣는

방식은 밝혀야 할 마음이 있고 그것을 밝힐 ‘내’가 따로 있어서, 후자가 전자를 밝히는

구도로 이해하기 쉬운데, 몽땅 다 한 마음뿐이라면 거기엔 이미 능(能), 소(所)의 자취

가 없는 거요. 그러니 ‘내’가 무엇을 깨닫는다, ‘내’가 어떠한 경지에 이른다 하는 생각

이 털끝만큼이라도 있는 한 그 사람은 계속 이분법적인 생사의 틀에서 한 치도 못 벗어

나 있는 거요.

　알아도 몰라도, 깨쳐도 못 깨쳐도 그게 전부 그 한 마음 안의 소식이오. 범부들이 어

떤 상황을 이해할 때에는 항상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도록 틀 지워져 있기 때문에 본래의

참된 하나를 늘 이것과 저것으로 나누려 드는 거요. 이 말을 듣고 또 무조건 하나만을

추켜들어 여럿을 배제한다면 그건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헤매는 거요. 하나라는 소리를

듣고 여럿이라는 집착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생각도 마저 보낼 줄 알게 된다면,

그때 비로소 진정한 한 마음의 의미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