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합당하다, 합당치 않다의 기준이 뭐요? · · · · · · ‘나’ 아니오? 그러니 있지도 않은

그 허망한 ‘나’라는 기준을 쑥 빼버리면, 합당하니 합당치 않니 하는 건 말짱 허공에다

획 그어 놓고 옥신각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거요.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마음뿐이어서 마음 밖에 다시 좋아할 만한 법, 싫어할 만한

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오. 그러니 이러한 사실을 깊이 참구하여 밑바닥까지 사무친

제대로 된 수행자라면, 일상을 살면서 혹시 눈앞에 합당하거나 혹은 합당치 않은 법이

나타나더라도 그 모두가 몽땅 자신의 업식(業識)이 지어낸 허망한 그림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테니, 더 이상 그림자에 휘둘려 놀아나는 일은 없는 거요.

　그렇게 항상 깨어있는 마음은 비록 지금 면전에서 전개되는 모든 세상사가 아무리

고약하고 시끄러워도, 합당과 합당치 않음에 전혀 간여하는 일 없어, 그저 있는 그대

로 잠잠히 비출 뿐 티끌만한 한 법도 보는 게 없소. 그래서 경에도 이르기를 「정법안

장(正法眼藏)이 열리면, 비록 면전에 산하대지가 또렷또렷해도 티끌 하나 보는 게 없

다」고 한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