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1528 |
| Re: 깊고깊은 묵은 습성 |
>스승님.. 삼배 올립니다. > 저는 오랜기간 기독교인 이었으나 어떤 인연으로 예서 귀동냥으로나마 듣기를 청하고 있는 자입니다. > 모든 말씀에 "일체의 것이 없고 그 없다는 생각마저 없다"고 하셨으나, 그 말씀을 따르기에는 날개 없는자에게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날아 넘으라 하시는 것처럼 어렵습니다. 깊고 깊은 묵은 습성을 어찌하여야 버릴수 있겠습니까? >입도 뻥긋 못할 자리에서 이렇게 머리를 들여 내밉니다. 이 세상 모든 법은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요, 인연으로 말미암지 않고 나는 법은 하나도 없지 않겠어요? 그런데 <인연 따라 나는 것>은 마치 그림자가 물체를 따르듯이, 자체로는 성품이 없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세상 일체 존재는 그림자나 메아리처럼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2500 년 전에 '붓다'가 이미 설파하셨고, 그로부터 2500 년이 지난, 20세기 초엽에 한 무리의 천재적인 과학자들이 순전히 과학적인 수단으로 <이 사실>을 밝혀냈으니, 현대를 사는 지성이라면 어찌 이 시대의 <코페르니쿠스 적인 대 변혁>을 그저 예사로운 일로 지나쳐버릴 수 있겠어요? 그러나 여기서 지혜로운 사람은 <없다>는 말을 들었을 적에, <있음>만을 보내는 것이 아니고 <없음> 까지 마저 보냄으로써 <의지함이 없고 머묾이 없는>(無依住) 천진(天眞)한 영성(靈性)을 어둡히지 않을 줄 압니다. 만약 이렇게만 된다면 이것이 바로 <성품을 보아 성불하는>(見性成佛) 시절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 사람은 <있음>과 <없음> 사이를 넘나드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을 것이니, 이것이 바로 <실상의 해탈>(實相解脫)이요, 달리 딴 도리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끝내 <지식 (知識)과 지혜(智慧)를 혼동하여>, 묘한 지견이 생기고 쌓이는 것으로써 <불법 공부>인 줄 안다면, 이른바 '당나귀 해'에도 깨달을 분수가 없다는 핀잔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