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1680 |
| Re: 이 몸에 실체가 없음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법정님 > >질문드리겠습니다. > >마음이 인연생기여서 실체가 없다는 것은 제 마음이 언젠가부터 습득된 지식에 의하여 시비, 선악을 가리게 되었으므로 시비, 선악을 분별하는 제 마음은 참으로 인연따라 나타난 실체가 없는 것임을 잘 알겠습니다. > >그러나 제가 우둔하여 제 몸이 비록 밥, 반찬, 공기 등의 인연화합으로 있는 것이기는 하나 이 몸에 실체가 없다기보다 밥, 반찬, 공기가 따로 있었을 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나 오히려 인연화합으로 말도 하고 밥도 먹고 행동도 하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실체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 >큰 지혜로서 어리석은 제자를 일깨워주시기 바랍니다. > 일체만법은, 곧 정신적 물질적 일체 현상은 모두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 그 자체의 고유의 성품이 없음을 밝히는 것이 연기설(緣起說)의 근본입니다. 씨줄 날줄을 가로 세로로 엮어서 만들어진 게 손수건인데, 여기서 씨줄 날줄을 각각 뽑아서 본래의 제 자리로 돌리고 나면 이때 남는 게 무엇이에요? 즉 손수건만이 갖는 고유의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므로 손수건은 자체성(自體性)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니, 이것은 너무나 원시적이고 간명(簡明)한 이치라, 다시 더 생각하고 말고 할 여지가 없지 않겠어요? 그런데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그것이 유정(有情)이건 무정(無情)이건 막론하고, 그 모두가 인연으로 말미암지 않고 나는 것은 없으므로, 따라서 현전(現前) 하는 모든 세간상(世間相)은 이것이 자체의 성품이 없는, 즉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은 존재여서 전혀 실체성(實體性)이 없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곧 세간상상주(世間相 常住)를 말하는 근거입니다. 한 무리의 장난꾸러기들이 길의 흙을 파서 사람의 형상을 만들면서 노는데, 이 때에 한 관원(官員)이 와서 야단을 치면서 흙 사람을 허물어서 다시 길의 웅덩이에 메웠다고 칩시다. 여기서 <길>과 <흙>과 <흙 사람> 등의 형상과 이름은 모두 <길의 흙>일 뿐이요, 시종 생겼다 사라졌다 한 것은 없는 게 아닙니까? ― 설명이 참 구차해졌군요. ― 그러므로 이 세상의 모든 <이름>과 <형상>과 그것들이 어울려 이뤄진 일체의 <상념>(想念)은 이것이 모두 <뿌리 없는 나무>와도 같은 것이어서, 전혀 실다움이 없음을 밝히는 것이 바로 해탈(解脫) 열반(涅槃)을 말하는 근본인 것이니, 이에 이르면 이 세상이 지금 있는 이대로 몽땅 해탈이요, 지금 이대로가 바로 열반임을 알 수 있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여래 일대교화>(如來一代敎化)의 근본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정법(正法)을 만나면, 지금까지의 일체의 지견, 곧 세간법 출세간법을 막론하고 모든 식견은 몽땅 사라져 다하고, 마치 허공처럼 텅 트여서 걸림도 막힘도 없는, 이것이 바로 <부처 지혜>의 현현인 것이니, 요는 지금 현재 순간순간 머묾이 없는, 이것이 바로 현재불(現在佛)의 출현임을 알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