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4735 |
| Re: 엽쭙겠습니다. |
>삼가, 지극한 마음으로 삼배 올립니다. >저는 여름정진법회 때 부터 거부할 수(?)없는 인연으로 선원에 나가고 있는 >연화향 입니다. >전력투구했던 세속의 장난감도 시들해져서 싫증이났고, 작정하고 좌선했던 >10여년의 행위도 제풀에 지쳐서, 혼자서 몇년 조용히 지냈습니다. 이제 쯤 이면 >견,문,각,지로 인한 경계에 휘둘려서 치성하게 일어나는 사념들을 끄고 싶을 >땐 끄고, 켜고 싶을 땐 켤 수 있어야 하는데, 때로는 사념들을 무심히 흘려 >보낼 때 도 있지만, 다겁생에 누적된 취약한 업장을 건드리는 경계일 때 는 >여지없이 초죽음이 될 정도로 사념에 농락을 당합니다. 농락당할 놈이 비었다 >는 소식을 10년이 넘도록 귀에 딱지가 앉게 듣고, 읽고 했으면서도 취약한 경계 >앞에서는 사뭇, 어지러워지는 이 묘한 작용(번뇌)에 이제는 지치고 지루해집니 >다. 그래도 갈 수 박에 없는 길 입니다.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올리는 길 에 >관한 질문입니다.(선객이랍시고 혼자 질문하고 혼자 대답하며 살아왔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자랑스럽지도 않습니다. 그저 제 길이 고독한 길이려니 했습 >니다.) 여쭐 곳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공손하게 삼배 올리고 물러나옵니다. > > > > 중생이 영통(靈通)하지 못하는 까닭은 만법이 성품이 비었다는 사실을 통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⑴ 이 세상엔 인연으로 말미암지 않고 나는 법은 없습니다. ⑵ 꼭 인연이 있어야만 나는 것이라면 그것은 자체로는 성품이 없음이 분명한데, 왜냐하면 자체성(自體性)이 있는 것이라면 굳이 <다른 것>(因緣)에 의지할 게 뭐가 있겠어요? 마치 물체가 있어야만 그림자는 생기고, 음성에 의지해야만 메아리는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림자나 메아리는 자체의 성품이 없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림자나 메아리를 어떻게 실답다고 할 수 있겠어요? ⑶ 그러므로 이 세상의 모든 법은 그림자나 메아리처럼 자체의 성품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만법이 자체성이 없음을 밝혀서 문득 '법의 평등'을 얻으면, 안으로는 <나>도 없고, 밖으로는 <경계>도 없어서, <마음과 경계가 함께 망하면>(心境俱亡) 다시 무엇이 있어서 당신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겠어요? 이렇게 해서 만법이 참된 하나에 원융(圓融)되어 문득 대원경(大圓鏡)에 들면, 이 세상의 모른 이름(名)과 모습(相), 그리고 그것에 얽힌 여러 상념(想念)들이 모두가 하나의 <원만하게 밝고 큰 거울> (大圓鏡)에 비친 그림자일 뿐임을 알게 됩니다. 중생도 부처도, 범부도 성인도, 깨달음도 미혹함도, 생사도 열반도, 속박도 해탈도, 고요함도 산란함도, ··· 이 모든 문자(文字)가 다 하나의 거울에 비친 그림자일 뿐임을 분명히 깨달으면 학인(學人)이 다시 더 무엇을 헤아리고 더듬고 할 일이 있겠어요? 여기에 이르면 모름지기 지금 까지 이뤄놓은 모든 것 ― 세간법 출세간법을 막론하고 ― 몽땅 날려버려야 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해서 문득 <배울 것이 없는 지위>(無學位)에 들면 이것이 바로 부처인 겁니다. 마음은 항상 그대로요, 생각은 저절로 비어서 약을 먹지 않아도 병은 스스로 나으리니, 공연히 허둥허둥 갈고 닦아서 무엇하겠어요? 「그저 <있는 그대로>이면 빠르거니와 조작하면 더디니라」한 고인의 말씀을 명심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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