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말하기를, 「지극한 도는 어려움이 없나니, 다만 간택(揀擇)함을 꺼릴

뿐이노라」 했는데, 이 말은 참으로 만유의 근원을 꿰뚫은 극언(極言)이라 할 만

합니다. 이 말을 듣고 티끌만큼이라도 알아들은 바가 있으면 곧 천리 밖으로

어긋날 것이요, 알아들은 바가 없다 하더라도 역시 허물이긴 마찬가지 일 겁니다.

왜 그럴까요? ··· 만약 이 말을 듣고 문득 <간택 있음>을 여의고 <간택 없음>에

처한다면 이것은 과연 고성의 뜻에 부합한 걸까요? 아니면 그 뜻을 어긴 것일까요?

<간택 있음>을 버리고 <간택 없음>을 취한다면, 이야말로 또 다른 <간택>이

아닐까요? 이 지경에 이르면 이 세상의 모든 종사(宗師)들은 과연 무슨 말로써

학인(學人)들을 제접(提接)할 수 있을까요?

　그러므로 역대의 모든 조사(祖師)들은 한결같이 오직 <마음을 밝히고 성품을

보는 길>만을 거양(擧揚)했을 뿐이니, 심성(心性)이 본래 스스로 청정한데, 그에

의지하여 나는 생각이 어찌 청정하지 않겠어요? 그러므로 헛되이 문 밖에서 <간택

있음>과 <간택 없음> 사이를 이쪽 저쪽 진동(振動)하면서 끄트머리를 걱정하지

말고, 문득 <마음을 돌이켜서>(廻心) 근원으로 돌아갈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현전(現前)하는 모든 이분법적(二分法的)인 대립개념(對立槪念)이 모두 <항상

머무는 '한 마음'>(常住一心)에 바탕하고 있음을 밝힘으로써 <간택 있음>과

<간택 없음>이 가지런한 곳에 이르면, 이것이 바로 이른바 심수법(心數法)의 해탈

이며, 공부하는 사람이 아무리 묘한 지견을 얻었다 하더라도 이 <마음의 해탈>을

얻지 못하면 끝내 구경(究竟)에 상응하지 못함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