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1539 |
| Re: 눈 앞의 모든 상황에서... |
>먼저 감사드립니다. >저는 보통 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진리의 가르침이 좋아 나름대로 배워가는 재가자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문제는 >모든 것이 (견문각지) 다 幻이라는 가르침이 >실질적으로 와 닿기가 어렵습니다. >머리로는 대략 이해가 되는데도, >막상 현실이라는 무대에서는 그렇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설사 간혹 현실에서 그렇게 관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꿈속에선 꼼짝없이 경계에 휘말립니다. >법정님께서는 우선 믿기라도 하라고 하시는데, 제 딴에는 믿는다고 하면서도 >막상 경계에 즉해서는 실제로 인정하고 그 상황에 맞대응하곤 합니다. >나름대로 맞대응하면서도 이것은 幻이라는 것을 인식?할 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러한 악순환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있을지 감감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경책 부탁드립니다. 정일 합장 이 세상의 모든 법은 다 인연으로 말미암아 생겨납니다. 그런데 인연으로 말미암아 나는 모든 법은 <'자체의 성품'(自體性)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게 바로 만유 (萬有)의 미묘한 존재성(存在性)을 밝혀내는 요점인 것입니다. 여기에서 「인연으로 말미암아 난다」는, 이 너무나도 당연한 말속엔 ― 자칫 간과하기 쉬운 ― 매우 미묘한 뜻이 담겨져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 모든 법이 생겨나려면 꼭 인연에 기대야만 한다는 말은, 다시 말해서 혼자서는 생겨날 수가 없다는 뜻이 아니 겠어요? 마치 물체가 있어야만 그림자는 생겨날 수 있고, 음성에 의지해야만 메아리는 생겨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렇게 <다른 것>에 의지해야만 나기 때문에 '그림자'나 '메아리'는 자체의 성품이 없는 허망한 존재라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아는 상식이 아닙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인연으로 말미암지 않고 나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 그렇다면 이 세상의 일체존재는 몽땅 그림자나 메아리처럼 자체성이 없는, 허망한 존재라는 엄연한 사실을 우리들은 결코 회피할 수가 없지 않겠어요? 그런데 <자체성이 없다>는 말은 다시 말해서 <그와 같은 것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결국 우리들은 지금껏 꿈 같고 환(幻)과 같은 허망한 형상(形相)들을 실유(實有)인 줄로 오인하여, 이것을 분별하고 집착하면서 온갖 갈등을 겪으면서 살아왔던 셈입니다. 그러므로 경전에 이르기를, 「정법안장(正法眼藏)이 열리게 되면 비록 면전에 산하 대지가 또렷또렷하더라도 티끌 만한 한 법도 볼 것이 없다」고 했던 것이니, 바야흐로 무시이래의 무명의 가리움이 사라지고 제법실상(諸法實相)을 여실(如實)하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열린 것입니다. 따라서 고인은 이르기를, 「곧장 영통(靈通)하기를 바라거든 모름지기 모습(相)을 보지만 말라. 다신 다른 특별한 도리가 있는 게 아니니라」했던 것이니, 초심자는 모름지기 이것으로써 심요(心要)를 삼아야 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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