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1724 |
| Re: 인연생기 |
>법정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방(청주)에 거주하고 있기에 일전에 등록한 후 법회에는 세번째 참석했고 집에서는 '사이버 법당'에서 법정님의 법문을 마음을 다해 듣고 있습니다. >집에서 법문을 듣다 보면 어느 땐 눈물이 나기도 하고 어느 땐 가슴이 벅차고 >또 어느 땐 마음이 한층 가벼워짐을 느끼는 때도 있습니다. 며칠 전엔 '인연생기'라는 대목을 두고 유독 마음이 가벼워져서 수차례 반복해 듣기도 했습니다. 여쭤올리고 싶은 말씀은 '일체 삼라만상이 因緣生起임을 투철히 참구하라'는 말씀에서 '참구'하는 방법이란, 그에 대해 '더욱 깊이 사유하라'는 말씀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이해라곤 해도 사실은 좀 막연한지라 '투철히 참구'하는 자세와 관련해 한말씀 내려주신다면 그대로 감사히 따르겠습니다. >법정님! 감사합니다. > 진리(眞理)를 탐구하는 사람, 곧 불법(佛法)을 공부하는 사람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곳은 '금시'(今時)를 타파하고 <혼돈(混沌)이 나뉘기 이전>인, 곧 공겁(空劫) 때의 근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겁니다. 여기서 '금시'란 곧 이 몸과 입과 뜻(身口意)을 굴리면서 현재(現在)를 살아가고 있는 <나>라는 존재를 실체 (實體)로 오인하고 집착하는, 이른바 아상(我相)을 말하는 건데, 이 자아가 어디 까지나 인연 가화합(假和合)으로 있는 환화공신(幻化空身)임을 철저히 사무치는 일이야말로 불법공부의 근본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에 고인이 이르기를, 「정법(正法)의 인연을 만나서 우선 드러내야 할 요체는 곧장 가로질러서 사사로움 없음이니라」 했던 겁니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수행자라면 하나에도 열에도 우선 이 허망한 <나>를 없애고, 현행하는 일체의 지각활동의 성품인 <참 나>를 돌이키는데 오로지 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 <자아>의 편의함을 얻기 위해 일으키는 심신양면의 모든 행은 이것이 이른 바 유위행(有爲行)인 것이니,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한 큰 보살은 유위의 공용(功用)을 추구하여 그 보람으로 훗날 좋은 과보를 얻으려는 범정(凡情)을 영원히 쉬는 법입니다. 따라서 그것이 연구(硏究)건, 참구(參究)건, 궁리(窮理)건, 그와 같은 모든 행 (行)의 주체가 <나>인 줄 알고, 이 <나>의 바라는 바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애쓰는 행위는 이 모두가 생사법(生死法)이요 인과법(因果法)이요 수보법(受報法)이라, 전혀 허망하여 성취가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꿈속에서 애 쓴들 무슨 공덕이 있겠어요? 결국 금시인(今時人)이 공부를 지어나가면서 어찌 얻은 바가 없으랴만, 그것이 어디까지나 '둘째 자리'에 지나지 않음을 분명히 알아서, 이 지견(知見)을 마음에 붙여 두지 않을 수만 있다면, 이것이 바로 무의주(無依住)의 영성(靈性)을 어둡히지 않음으로써, 궁극적으로 지귀(知歸) 할 수 있는 밑천을 마련하는 것이니, 초심자는 마땅히 이 심요(心要)를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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