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법이 나는 것은 다만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요, <짓는 자>도 <받는

자>도 없는 게 진실입니다. 여기서 「모든 게 인연으로 말미암는다」고 말하는

것은, 심리적 육체적인 모든 현상은 다 <다른 것>, 즉 인연에 기대야만

일어난다는 뜻이니, 그 <다른 것>을 모두 제 자리로 돌리고 나면 <'나'만의

고유의 것>은 없다는 말이지 않겠어요? 이 세상의 일체 만유는 다 의타기성

(依他起性), 즉 다른 그 무엇인가에 의지하여 있는 것이므로 따라서 경전 도처에

「만법은 무유자성(無有自性)이니라」고 거듭 강조했건만, 범부가 그 뜻을

살피지 못하고, 아상(我相) 인상(人相) 중생상(衆生相) 수자상(壽者相)이 실지로

있는 것이라고 집착하기 때문에 전혀 성지(聖旨)에 칭합(稱合)하지 못하는 겁니다.

　요컨대, 모든 법이 성품이 없음을 철저히 밝혀서, 면전의 생주이멸(生住異滅)

사상(四相)이 적멸함을 보면 무위(無爲)를 아는 것이요, 무위를 알면 곧 승가

(僧伽)라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승보(僧寶)요, 또한 만상(萬相)을 여읠 줄 알면

이것이 바로 법보(法寶)요, 법을 알면 부처(佛寶)이니, 결코 삼보(三寶)를 어기지

말아야 합니다. 따라서 비록 관찰자와 관찰대상이 또렷하나, 이것들이 모두 성품이

없어서 무력하기 때문에 작용이 없는 것이니, 그러기에 고인이 이르기를 「이 견문

(見聞)에 즉하여 견문이 아니니, 빛깔과 소리를 드러내 보일 길이 없도다」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꿈속에서의 일을 두고, 실제로 보고 듣고 했다고

여겨서 집착하면 이야말로 무명의 근본임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