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2240 |
| Re: 또 여쭙습니다 |
>안녕하신지요? 지난 번에 주신 답변 감사히 받았습니다. > >이제 제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식들은-좋은 것 조차도- 그동안의 훈습으로 쌓여온 것이 되나온 것임을 알고 그냥 쉬어지는 것이 전보다는 수월해 졌습니다. 그런데 의식들이 쉬어질 때 아무 것도 없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가령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지 않거나 어떤 경계에도 있지 않을 때 아무런 의식이 일어나지 않는 그 마음은 아무 생각없음의 상태가 아닌가 해서요. 제가 청소를 하고 있을 때 제가 청소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는데 생각을 일으키고 있지 않더라구요. 물론 그 상태가 길지는 않는 것 같은데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그 상태가 길어지면 멍한 상태가 되는 것 같아서 여쭙니다. >그럴 때 제가 아무 것도 없는 그 상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요? > > > > 맑은 거울 속엔 본래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온갖 것을 보태고 덜고 함이 없이 그대로 비춰내듯이, <마음의 성품>(心性)도 본래 스스로 청정해서, 생멸(生滅) 거래(去來) 유무(有無) 등 일체의 작용이 잆지만, 다만 인연을 따르면서 이 모든 것을 비춰내되, 비춘다는 생각이 없는 것입니다. 심성이 청정하고 고요하기 때문에 그에 의지해서 나는 모든 생각도 당연히 청정하고 고요한 것인데, 사람들이 한 생각 일어나기만 하면, 이 한 생각이 일어나는 일도 없고, 따라서 앎이 스스로 본래 앎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이 생각 속으로 뛰어들어서 한 바탕 굿을 치는 거죠. 요컨대, 지금처럼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見聞覺知) 이 모든 지각활동 (知覺活動)이 모두 <진성이 연기하는 것>(眞性緣起)일 뿐, 보고 듣고 할 때, 보고 듣고 하는 주체가 없는 것이며, 관찰의 주체가 없는데, 어떻게 관찰이 혼자서 이뤄지겠어요? 고로 이 <보고 들음>이 <보고 들음>인 채로 <보고 들음>이 아닌 거죠. 그러기에 경에 이르기를, 「마음에 관찰자와 관찰대상의 자취가 없어야 비로소 정각(正覺)을 이루리라」고 했던 겁니다. 결국, 알되 앎이 없는 앎이 <참 앎>이니, 이를 반야(般若)라고 하는 것이며, 형상(形相)을 취함이 없는 앎이 늘 미묘하게 작용하면서도 항상 고요한, 이것이 바로 부처 지혜의 <작용 없는 작용>(無作之作)인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