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2182 |
| Re: 어리석은 중생입니다. |
>안녕하세요. 법정님. >저는 제가 마음공부 안한사람보다 뭔가 조금은 나은게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관념놀이였나봅니다. >어제 제가 아끼던 어떤 사람을 우연히 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때 너무 초라한 행색이라 순간 뒤돌아서 그를 못본척 했습니다. >그가 날 보았을까. 나를 본것같은데.. 그가 맞긴 한걸까...전 그를 다시 확인하고 싶었지만, 제 초라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숨가쁘게 그곳을 뛰쳐나왔습니다. >제인생에 소중한 사람들일수록 내 아상이 깨지는게 겁이 납니다.. >만약, 그냥 내 마음에 그닥 중요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그냥 잊혀질텐데.. >지금 너무 괴롭습니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다 그림자고 메아리고 실체가 없다고 저도 머리론 공감했는데, 어제와 같은 작은 상황속에서도 저는 심히 흔들리고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중생을 제도해주십시오. 이 육신을 <나>로 알고, 이 <나>를 의젓하고 당당하고, 또 매사에 초연한, 그런 <나>로 자타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은, 그것은 당신의 <참 마음>이 아니라, 의식 (意識)이라고 하는 겁니다. <참 마음>은 언제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참되다'고 하는 거구요, 이 '의식'은 인연 따라 상황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곧 <참 마음>의 거울 위에 투영되는 업(業)의 그림자인 겁니다. 따라서 전혀 실다움이 없고 허망 해서, 전혀 의지할 게 못되는 건데, 그런데 사람들은 이 의식을 내 마음인 줄 알고, 이것을 고이고 섬기고 하느라고 평생을 허둥거리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어찌 보면 삶이라는 게 참 어처구니없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의 <참 마음>은, 마치 맑은 거울의 <비추는 성품>처럼, 면전의 모든 것을 그저 <있는 그대로> 비출 뿐이요, 그에 대하여 좋다거나 싫다거나 하는 등의 분별을 하는 일이 없는 겁니다. 그것은 아무리 어지러운 상황에 오래 노출되어 있더라도 물들거나 이지러지는 일이 없으며, 모든 이에게 다 구족하게 갖춰져 있는 <신령한 성품>(靈性)인데, 사람들은 이 성품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없는 것으로 치고는, 한 생각 일어나기 무섭게 이 성품을 등지고 밖으로 내달으면서 그 허망한 업의 그림자를 좇느라고 정신이 없는 거예요. 요약컨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경험과, 그에 따르는 기억과 감정 등은 모두가 꿈속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것임을 철저히 사무쳐서, 비판하지도 말고 합리화하지도 말고, 그저 무심히 지켜보도록 하세요. 그것이 이른바 <고요한 비춤> (寂照)이요, 그와 같이 오래 계속하다보면, 당신은 반야(般若)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며, 이 <보되 봄이 없고, 듣되 들음 없는> 반야 지혜야말로 당신을 진정한 해탈로 인도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