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2332 |
| Re: 여쭙니다 |
>안녕하신지요? > >영화를 보다가 주인공들이 무얼 어떻게 해야겠다는 의식이 없다면 남아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명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제가 걸을 때 발을 떼어야지 하고 의식을 하지 않았는데도 발이 나가는 것은 무엇일까, 갓난아기가 세상을 인식하는 것은 어떤 형태일까 그것과 불성은 어떤 관계인가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릅니다. >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 >얼마전에 이가 아파서 치과에 갔는데 치료도 받기 전에 겁이 나서 지금 나의 존재는 두려움이다 어쩌고 멋을 부리면서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그냥 덤덤해지더군요. 이걸 보고 붙잡을 것도 없는데 제가 짓고 제가 받는 것이 이것인가 하고 또 생각을 냅니다. 제가 가르침을 바로 잡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 세상의 정신적 물리적 일체 현상은 모두가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요, <짓는 자>가 있어서 작용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게 올바른 안목을 갖추는 선결 요건입니다.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인연의 가화합(假和合)일 뿐인 이 환화공신(幻化空身)을 <나>로 삼고는, 이 허망한 <나>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주체인 줄 알고, 이 망아(妄我)를 보다 편안하게 안정되게 유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데, 이것이 바로 이른 바 업(業)을 짓는 것인 줄 알지 못합니다. 이 말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쉽게 동의하려고 들지 않을 겁니다. 이제 찬찬히 깨달아 살펴보도록 하죠. 우선 사람들은 깊은 관찰도 없이 그저 습관적으로 「내가 본다」「내가 듣는다」고 말하는데, 과연 그 <나>란 무엇일까요? 물론 이 <나>가 다른 무엇의 도움도 빌리지 않고, 순전히 자기의 힘만으로 보고 듣고 한다면, 그야 「내가 본다」고 한들 누가 무엇이라 하겠어요? 그런데 어떻습니까? 과연 이 <나>가 밥과 반찬 물 공기 등에 의지하지 않고도 이른 바 생명활동(生命活動)이 가능할까요? 물론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 밥이나 반찬은 어떻습니까? 그것들은 과연 독자적으로 생명활동을 할 수 있는 요인을 갖추고 있는 겁니까? 「밥이 보는가?」「반찬이 보는가?」 하는 겁니다. 물론 그런 일도 있을 수 없는 게 분명합니다. 요컨대, 어느 구석을 찾아봐도 독자적으로 <행위의 주체> 노릇을 하는 <나>라는 존재는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결국 <나> 뿐 아니라, 이 세상의 일체 존재는 모두가 인연의 화합으로 이루어진 것들로서, <자체의 성품>이 없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자체의 성품이 없다는 말은, 곧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겠어요? 중략(中略) 하고, ··· 이 세상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인데, 그런데 인연 으로 말미암아 나는 만유(萬有)는 그 모두가 자체성이 없는, 마치 꿈과 같고 환(幻)과 같은 존재일 뿐이므로 전혀 집착할 것이 못된다는 사실을 철저히 사무치면, 결국 이 세간사(世間事)는 실체가 없는 것인데, 전혀 무명 중생의 뒤바뀐 업식(業識) 만으로, 미혹한 중생의 마음 속에 투영된 업의 그림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을 깨달아 마친 사람을 일러서 <처음으로 발심(發心)한 사람>이라 하고, 또한 <달관(達觀)한 사람>이라 하는 것이니, 결코 깨달음이 멀리 있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부처란 <마음을 밝혀서 일이 없는 사람>(明心了事)을 이르는 말이니, 제대로 된 수행자라면 모름지기 헛되이 이쪽 저쪽 기웃거리지 말고, 곧장 마음을 밝히고 성품을 보아서 성불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