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3187 |
| Re: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
>법정님 질문드립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다가 >양쪽으로 거울이 붙어있길래 >거울속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인다라망의 그물이 >그림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정진법회 이후 >妄心無生은 알겠는데 >眞心不動이 자꾸 걸렸는데 >그런 의문이 해소된 느낌입니다. >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세상 만사가 마음 뿐이요, 진실로 마음밖엔 티끌 만한 한 법도 없다」고 누누이 말해왔고, 올바른 수행 길에 들어선 사람이라면 결코 이 말의 참 뜻을 사무쳐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이 같은 말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마음의 속뜻은, 아직도 마음 속 깊은 곳에 끈질기게 도사리고 있는 <물질적인 장애>(質碍)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음을 은연중에 애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수화풍 사대(地水火風 四大)가 비었다던가, 일체존재의 궁극적 질료(窮極的 質料)인 양자(量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던가 하는 등의 말이 모두 비슷한 뜻으로 베풀어지는 방편설(方便說)입니다. 경전에 이런 요지의 말이 있지요. 「모든 물질을 쪼개고 또 쪼개면 무엇이 되는가?」 「미진(微塵)이 됩니다」 「미진을 다시 쪼개고 쪼개면 무엇이 되는가?」 「인허진(隣虛塵)이 됩니다」 「그 인허진을 다시 쪼개면 무엇이 되는가?」 「허공(虛空)이 됩니다」 ··· 「그러면 이제 다시 역순으로 생각해 보자. 얼마나한 허공을 모으면 인허진이 되겠는가?」 「 ··· ?」 허공은 공무(空無)인데 허공을 모은들 무엇이 되겠습니까? 우리들은 일체존재가 의타기성(依他起性)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의타기성이 <자체성이 없음>을 뜻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요약컨대, 모든 존재의 본질이 꿈과 같고 환(幻)과 같다던가, 또는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다고 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그 근본이 공적(空寂)해서 전혀 의거(依據)할 데가 없음을 밝히고자 하는 것인데, 그 방편의 말에 체(滯)해서, 문득 무심(無心) 무념(無念)에 들지 못하고, 그저 한 토막의 현묘(玄妙)한 지견을 얻어서는 그 속에 들어앉아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공부에 진척이 없는 겁니다. 공부를 지어가다 보면 어찌 지견이 없겠어요? 그러나 그 지견이 아무리 현묘한 것일지라도 모두가 정식(情識)의 망령된 분별에 지나지 않음을 잊지 말고, 그 지견에 머무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마땅히 그 어디에도 머무름 없이 그 마음을 써야 한다」는 말을 잊지 말 것이며, 끝내는 이 말에도 머물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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