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3169 |
| Re: 질문 올립니다 |
>안녕하십니까? >요즘 가끔씩 제가 제가 아닌 것 같은 착각들이 여러가지 책들을 읽다 보니 그런 느낌들을 임의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고 있던 차에 여기 있던 내용들을 접하니 저절로 알아지는 것들도 있고 마음이 환해지는 것 같습니다. > >지켜보기만 하라는 말씀을, 걸을 때 걷게 하는 그 무엇, 바라볼 때 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그 무엇, 생각할 때 그것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는 그 무엇을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는 말씀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 >제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경계에 부딪쳐서 어떻게 선택해야 될지를 모를 때(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을 때) '에이 모르겠다' 내팽겨 두고 그냥 그렇게 일어나는 그 자리를 지켜보면 된다는 말씀인지요? 갈등이 사라지면 사라지는 대로, 원하는 바대로 되어가지 않는데도 되어가는 모습을 그냥 지켜보면서 어떤 다른 行도 하지 말고 그냥 말입니다. > >결과를 두려워하고 있구나 하는 것도 알겠는데 그래서 그것까지도 그냥 지켜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기만 한다는 건가? 이 부분에서 자꾸 걸립니다.(현정회상에서 벌써 답은 제시되어져 있는데도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니다) > >그리고 대화할 때는 그 자리가 온데간데 없습니다. 그러면 놓쳤구나 하고 다시 오면 되는지요? > > > > 숱한 희론(戱論) 가운데서도, 「현정회상에서 답은 벌써 제시 되어 있는데 ··· 」 하는 말은 특히 망발임을 알아야 합니다. 정종문(正宗門)에 들면 세상에 도무지 사람이 없겠거늘 어찌 교화(敎化)할 법이 있겠어요? 다만 저 작은 지혜가 단박에 능히 큰 지혜를 감당하지 못하므로 어쩔 수 없어서 성인들이 교화문(敎化門)을 베푼 것이니, 제대로 된 납자(衲子)라면 권교(權敎)에 오래 머물지 말고, 곧장 실교(實敎)에만 오로지 해야 합니다. 요컨대, 진리(眞理)는, 불법(佛法)은 말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왜냐 하면. <진리>는 지금의 것을 바꾸어서 다른 것으로 된 다음에 비로소 성립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별달리 <해야 할 일>과 <해선 안될일> 등을 설(說)하고, 보이(示)고 할 일이 없는 겁니다. 그러므로 경에 이르기를, 「여래가 한 마디도 말씀한 바가 없음을 알면 이 사람을 다문제일(多聞第一)이라 한다」고 했던 겁니다. 대저 <지극한 도>(至道)는 알고 모르는 데 속하지 않나니, 누구에게나 온전히 갖추어져 있는 <신령한 앎의 성품>(靈性)은 본래 스스로가 환히 알고 있으므로, 참된 납자(衲子)라면 새삼 마음으로 하여금 알아지기를 기다리지 않아야 합니다. 하늘이 내린 천진(天眞)한 성품이거늘, 거기 어디에 인간의 범정(凡情)이 끼여들 여지가 있겠어요? 따라서 고인이 이르되, 「아무리 훌륭한 지견(知見)이라도 생각 없는 것만 못하니라」 했던 겁니다. 사족(蛇足)을 달자면, 부처는 중생들이 겪고 문제점들에 대한 해답을 주시는 분이 아니고, 다만 그 온갖 문제점들이 모두 꿈 같고 환(幻) 같아서, 본래 아무 일도 없음을 일깨워주시는 분임을 분명히 알아야 하며, 따라서 부처님 말씀 가운데서 뭔가 현묘(玄妙)한 도리를 깨달아서, 얻은 바가 있고, 의지하는 바가 있다면 이는 성교(聖敎)를 등지는 것일 뿐 아니라, 불법을 비방함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