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인 wrote:
>안녕하세요?
>좋은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마음의 번뇌는 그런대로 다스려지는데 육신의 통증은 겁이 납니다.
>얼마전엔 편도선이 부어올라 침도 못 삼킬 정도로 아팠습니다.
>얼마나 아픈지 저절로 눈물이 줄줄 흘러 나오더군요.
>나중엔 저도 모르게 엎드려 통증에게 사정까지 했습니다.
>이제 제발 좀 그만하라고...
>이토록 리얼한 통증앞에서는 '이것은 본래 없는 것이다'하고 생각하는 것도 소용이 없더군요.
>확철대오를 하고나면 제아무리 끔찍한 통증이 찾아와도 그것을 없는 것으로 여기고 겁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진리(眞理)를 탐구한다 함은, 곧 불법(佛法)을 공부한다는 것은 이 몸과 마음으로
모종의 편의(便宜)함을 얻기 위함이 아니고, 다만 <있는 이대로>의 세상사(世上事)의
실상(實相)을 밝혀냄으로써 우리들의 삶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그 숱한 규범(規範)
이나 갈등(葛藤)의 본질을 알아내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세속의 상정(常情常識)의 완고한 틀이나, 자기중심적인 모든 희구(希求)하는
바 사정(私情)이 끼여들 여지는 애초부터 없는 겁니다. 만약 이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여러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애쓴다던가, 또는 개인적인 바람을 이루기 위해 노력
하는 것이라면, 이야말로 속류(俗流)를 헤어나지 못하고, 생사(生死)의 강으로만
흘러드는 속인배(俗人輩)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각설(却說)하고, ··· 따라서 제대로 된 수행자라면 우선 모름지기 이 <나>라는
존재의 근본을 밝혀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저 바깥의 <다른 것>을 살피는데는
모두가 이골이 난 처지지만, 막상 이 <나>를 깨달아 살피는 일은 어려운 일 중에도 또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도무지 손을 쓸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모두가 이 대목에
이르러선 어리둥절합니다. ― 손을 쓸 수 없다니 ― 왤까? ··· 쉽게 생각하세요. 눈으로는
눈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으로는 손가락을 만질 수 없듯이, <자기 자신을 알아내는
일>은 우리들이 마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여기고 있는 이 지각작용(知覺作用)
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中略), ··· 성교(聖敎)의 요체는 바로 이 ≪지각활동
(知覺活動)의 성품인 <나>≫에게로 돌아가는 게 전부예요. 따라서 지각(知覺)을
통해서는 <나>를 알아낼 길이 없고, 오직 의식(意識)으로 헤아리고 더듬고 하는 일체의
천착(穿鑿)이 그쳤을 때에만 이 신령한 <참 나>는 스스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겁니다.
여기에는 일체의 이치나 도리가 아득히 미치지 못하는, 말 그대로 진불(眞佛)이 여여한
경지요, 천성인의 귀의처인 겁니다.
말로는 이 육신을 환화공신(幻化空身)이라고 말하면서도 이 허망한 몸과 망령된 정식
(情識)을 붙잡아서 <나>로 삼고는, 이를 고이고 받들기 위해서 쉴 날이 없으니 어느
세월에 구경(究竟)에 상응하겠어요? 헛되이 가려운 데를 긁으려고 애쓰지 말고 그저
문득 쉬세요. 쉬는 것은 지금 당장 쉬는 게 좋아요. 애쓰면 애쓸수록 길은 점점 더
멀어질 뿐이니, 모름지기 일심으로 정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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