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2481 |
| Re: 사리 |
>깜짝 놀라 공한 법문을 잘듣고 있습니다. >주재자가 없는 석가모니는 왜 사리를 남기셨는지 >그 허깨비 같은 사리의 의미가 있습니까? >참으로 감사합니다. 「공한 법문을 잘 듣고 있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밖에 <말한 사람>도 없고, 따라서 물론 <말한 바>도 없고, 그러므로 지금 여기서 <듣는 사람>도 없는 게 바로 대성(大聖)이 설하신, 이른 바 <설함이 없는 참된 설법>(無說之眞說)인데, 부처님이 사리(事理)를 남기셨다니 더욱 어리둥절하군요. 그러기에 경에 이르기를, 「여래가 법을 설했다고 하는 자는 여래를 비방하는 자니라」고 했던 게 아니겠어요? 또한 이르기를, 「여래가 한 법도 설한 바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 자를 일러서 다문제일(多聞第一)이라 하느니라」고 했던 겁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팔만사천법문(八萬四千法門)이 있느냐고 묻겠지요? 불법(佛法)은 본래 말이 없는 건데, 그러나 말이 아주 없으면 저 <작은 지혜>가 <큰 지혜>를 단박에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성인들이 어쩔 수 없어서 방편의 말씀을 베풀어서 교화문(敎化門)을 건립했던 겁니다. 그러므로 불승(佛乘), 곧 일승법(一乘法)을 <교 밖에 따로 전하는 법>(敎外別傳)이라고 하는 것이니, 결코 말이나 문자 속을 뒤지면서 자기 안에 이미 구족하게 갖춰져 있는 천진(天眞)한 자성불(自性佛)을 돌보지 않는다면 끝내 외도(外道)에 떨어져서, 설사 나름대로 대단한 경지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여전히 <문 밖에서 이쪽 저쪽 하는 첨지>라는 핀잔을 면할 수 없을 겁니다. 이 말을 듣고 당장 알아들으면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거든 행여 말이나 문자 속을 뒤지면서 정식(情識)으로 헤아리고 더듬고 하는 일은 지금 당장 그만둬야 합니다. |